조사 결과 금강 본류의 수질은 최상층을 제외한 대부분이 3급수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 측정한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도 거의 전 구간이 3.0~4.5ppm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연구단은 현장 관측 과정에서 논산천과 미호천, 갑천 등 금강의 본류로 유입되는 주요 지천들의 오염 상태가 심각함을 지적했다. 주요 지천들이 합류되는 지점에서 수질이 악화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논산천 합류 이후 지점에서 채취된 하상토는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으며, 하천 바닥의 용존산소량(DO)dl 0.9ppm에 불과해 거의 무산소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단은 논산천의 오염 상태가 금강의 본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하류부의 오염은 더욱 진전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생명의강 연구단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금강을 살리기 위해서는 오염된 지천을 살리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향을 잃은 미호종개
전 세계 어디서도 발견된 적이 없으며, 오직 금강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의 특산종 미호종개. 천연기념물 제454호인 미호종개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금강의 지류인 미호천에서 처음으로 발견됐으며, 그 곳에서 집단으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붙여졌다.
이 미호종개는 1984년 학계에 신종 어류로 처음 보고 됐으며, 20여 년이 지난 현재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몸길이가 6~7㎝ 정도로 연한 황갈색을 띠는 미호종개는 주로 물의 흐름이 느리고 수심이 얕은 곳에 서식하며, 모래 속에 몸을 완전히 파묻고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대전 도심을 관통해 금강으로 흐르는 갑천 |
그러나 이 미호종개가 주된 삶의 터전이던 미호천에서는 이미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지금은 미호천 수계 최상류인 충북 진천군 백곡천 일대에서 일부 집단 서식지가 확인되고, 인공번식과 방류를 통해 겨우 종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호천에서 미호종개가 사라진 이유는 간단하다. 수질오염과 하천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지난 2007년 한 조사에 따르면 미호천의 수질은 3급수 수준으로, 갈수기나 여름철 장마로 인한 오염물질 유입시에는 4급수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하천의 직강화 등 개발 행위로 미호천은 과거에 비해 유속이 급격히 빨라졌으며, 한때 무분별한 골재채취로 고운 모래가 훼손되면서 미호종개는 안식처를 잃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호천에서 처음 발견된 미호종개는 미호천의 수질과 하천 환경을 가늠케하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금강의 제1지류인 미호천은 충북 음성군 마이산에서 발원해 진천과 청원, 충남 연기 등을 거치면서 백곡천과 보강천, 무심천 등의 지류를 품고 부강(芙江) 서쪽에서 금강에 합류한다.
실제 미호천은 수질 오염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 초 국토해양부의 금강살리기 행복지구 생태하천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금강에 합류되기 직전인 미호천 하류부의 BOD농도는 연 평균 4.934㎎/ℓ, 총질소(T-N) 및 총인(T-P)은 각각 6.788㎎/ℓ와 0.2731㎎/ℓ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금강의 본류로 흘러드는 미호천의 부영양화가 심각한 상황임을 말해 준다.
전문가들은 미호천의 이러한 수질 오염의 주된 원인으로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는 농경지를 꼽는다. 농경지로부터 유입되는 비점오염원의 오염부하량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미호천은 상·하류에 이르는 전 구간의 상당 부분이 농경지로 둘러싸여 있어 호우 시에는 비료나 농약 등이 무방비로 하천에 흘러들 수 밖에 없다. 도심 하천 구간이 적어 오히려 각종 오·폐수가 정화되지 못한 채 유입될 가능성도 크다.
오경석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미호천은 얼마간 골재 채취가 금지돼 비교적 안정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각종 비점오염원이 수질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며 “주변 농경지를 친환경 농업으로 전환해 비점오염원을 제거하고, 축산 폐수 등의 오염 정화시설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도심 속에서도 우수한 생태계 간직한 갑천
금강의 또 다른 제1지류인 갑천은 금산군 진산면 대둔산 북동쪽 기슭에서 발원해 두계천과 벌곡천, 진잠천, 유성천 등을 품고 대전 도심을 관통해 흐른다. 도심에서는 다시 대전의 3대 하천인 유등천과 대전천이 합류돼 금강의 본류로 흘러 들어 간다.
갑천은 도심을 품고 흐르면서도 비교적 우수한 생태계를 간직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대전충남녹색연합이 2년여에 걸쳐 만년교에서 가수원교에 이르는 갑천 자연하천 구간에 대한 정밀 생태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이 일대 하천과 도솔산 등에는 342종의 육상 곤충을 비롯해 75종의 수서 곤충, 조류 56종, 어류 33종, 양서파충류와 이끼류 각 16종, 식물 262종 등 800종 이상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 충북 음성군 마이산에서 발원해 진천과 청원. 충남 연기 등을 거쳐 금강에 합류하는 미호천. |
그러나 도심 하천으로서 이 같이 비교적 우수한 생태 환경을 간직하고 있는 갑천도 각종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우선 갑천에서도 생태적으로 우수한 지역으로 꼽히는 월평공원 일대가 신도시 개발과 관통도로 개설 추진 등으로 생태계를 위협받고 있으며, 도시의 생활하수는 수질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다.
갑천은 실제 상류 쪽에서는 비교적 양호한 수질 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하류로 갈수록 오염도가 뚜렷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달 대전시보건환경연구원이 측정한 3대 하천의 수질오염도 현황에 따르면 만년교까지는 2.5㎎/ℓ의 이하로 측정되는 BOD 농도가 대덕대교에서 신구교 지점 사이에서는 3.4~4.5㎎/ℓ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총인(T-P)도 대덕대교 아래 0.059㎎/ℓ에서 갑천교와 신구교 아래 각 0.620 및 0.731㎎/ℓ로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또 갑천 합류직전까지 1급수 수준을 유지하는 금강이 갑천과 합류된 이후 수질이 갑자기 나빠지는 것도 갑천의 수질 오염 상태를 보여준다. 생명의강 연구단의 지난 조사에서는 갑천 합류 전 1.3ppm 수준이던 금강의 BOD 농도가 합류 이후에는 2.9ppm을 보인 것으로 측정됐다.
하류로 흐르며 악화되는 갑천의 수질은 육안으로도 확인되는데, 특히 유성구 원촌동 하수종말처리장을 지나면서는 탁한 물 색깔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는 하수처리 방류수의 수질 기준이 매우 낮아, 고도 처리가 이뤄지지 않은 채 생활하수가 유입되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실제 원촌교부터 금강 합류지점까지의 갑천 수질은 4등급 수준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또 현재 대전시의 하수처리비율은 90% 이상으로 파악되고 하수관거 정비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미 처리 구간이 남아 있고 기존의 합류식 하수관거는 빗물이 넘치면 오수가 함께 하천으로 유입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부장은 “지천을 살리지 않고는 강의 본류도 살아날 수 없다”며 “도심 하천의 하수처리를 고도화 하고, 각 지천의 특성에 맞는 관리 계획이 먼저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이종섭·사진=김상구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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