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 머리깃, 닭벼슬... 침묵의 13년 베일을 벗기다

봉황 머리깃, 닭벼슬... 침묵의 13년 베일을 벗기다

[중국속의 백제문화]고대 동아시아 문화의 허브, 백제를 찾다> 1. 비상하려는 봉황의 꿈, 백제금동대향로

  • 승인 2009-10-14 18:55
  • 신문게재 2009-10-15 11면
  • 글=박기성.사진=김상구 기자글=박기성.사진=김상구 기자
 <글싣는 순서>
 1. 비상하려는 봉황의 꿈, 백제금동대향로
 2. 룽먼석굴(龍門石窟)에 남겨진 백제인의 흔적
 3. 서산마애삼존불과 백제인의 미소
 4. 부여 정림사의 소조불과 영령사의 도용
 5. 사비도성과 난징(南京)의 건강성
 6. 무령왕릉속의 독창적 문화인
 7. 백제 유민들의 흔적
 8. 백제문화 탐구의 새로운 모색
 9. 사진으로 보는 중국속의 백제문화
 10. 시리즈를 마치며
 
 지난 2003년 국립부여박물관은 백제금동대향로 발굴 10주년 기념 연구논문자료집 ‘백제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爐)’를 발간했다. 이 책은 국립부여박물관이 기존에 발표된 논문 14편을 묶은 연구논문자료집이다.

이 책에 발표된 논문 가운데 눈길을 모으는 내용은 다름 아닌 중국 정주대학교 원위청(溫玉成) 교수가 1996년 발표한 ‘백제의 금동대향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란 제목의 글이다. 이 글의 핵심은 ‘향로 꼭대기 부분에 있는 새는 봉황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논문의 제목처럼 백제금동대향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린 셈이다.

본보는 그동안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을 탐색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본보 취재 기자 2명은 지난달, 10박 11일의 일정으로 중국 난징(南京)을 비롯해 뤄양(洛陽), 정주(鄭州), 상하이(上海) 등 4곳을 방문, 백제와 관련된 흔적들을 탐사했다. 본보는 ‘중국속의 백제문화(부제 : 고대 동아시아 문화의 허브, 백제를 찾다)’라는 시리즈를 통해 이번 탐사에서 밝혀진 내용들을 10회에 걸쳐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 백제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爐)
▲ 백제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爐)
 ▲백제금동대향로에 대한 2가지 학설 공존=지난 1993년12월12일 부여 나성(羅城) 밖 능산리 고분군 서쪽 골짜기에 있던 유적지 중 하나인 공방터의 수조(水槽) 구덩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 향로는 애당초 ‘백제금동용봉봉래산향로(百濟金銅龍鳳蓬萊山香爐)’라고 명명됐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듬해인 1994년 4월 향로를 일반에게 처음으로 공개했다.

박물관측은 안내서 ‘금동용봉봉래산향로’를 통해 이 향로가 중국의 박산향로(博山香爐)의 양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선들이 봉황과 용 등 상상속의 동물들과 어우러져 살고 있다는 박산 즉, 신선세계이자 이상향을 닮았다는 박산향로임을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 1996년 중국 정주대학교 원위청(溫玉成) 교수가 ‘백제의 금동대향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란 논문에서 정상부분의 봉황은 다름 아닌 긴 꼬리 수탉이라는 학설을 주장했다.

원위청 교수는 ‘백제의 개국시조는 고구려 동명왕(東明王)의 셋째 아들인 온조왕(溫祚王)이다. 전설에 따르면 동명왕의 모친 유화(柳花)는 크기가 닭과 같은 어떤 기운이 하늘로부터 내려와 잉태했으며 이 대향로는 바로 백제왕의 조상숭배 관념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위청 교수의 이 같은 주장 이후 현재까지 13년 동안 별다른 반박 연구도 없이 2가지 주장이 공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한 대(漢代) 박산향로의 실체=본보가 중국 현지 탐사취재를 통해 살펴본 박산향로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허난성(河南省)박물원의 ‘오봉훈로(五鳳燻爐)’와 상하이(上海)박물관의 ‘동훈로(銅燻爐)’이다. 그 어떤 박산향로보다도 백제금동대향로와 연결고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서한시대(BC 206~AD 25년) 동(銅)으로 제작된 오봉훈로의 경우 봉황 머리 위 형상이 닭 벼슬 모양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백제금동대향로의 정상부분인 머리 위 형상과 유사하다. 지난 1989년 중국 초작시(焦作市) 가화둔(嘉禾屯)에서 출토된 것으로 봉황 한 마리가 4마리의 봉황을 몸에 거느린 형상이다. 봉황의 양 발톱은 쟁반과 연결되었으며 머리는 쳐들고 목은 길게 뺀 상태다. 날개와 목 부분은 징을 연결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허난성박물원은 이 향로의 기능에 대해 ‘향로와 난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한나라 시기 동(銅)으로 만든 작품 가운데 우수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와 함께 봉황이 내려오는 현상에 대해 길조임을 강조하는 등 닭 벼슬 형태의 이 새를 봉황으로 해석하고 있다.

상하이박물관의 ‘동훈로(銅燻爐)’의 경우 백제금동대향로와 가장 흡사함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다. 한대(漢代)에 제작된 이 ‘동훈로’는 높이 20cm, 뚜껑 지름 10cm 규모로 백제금동대향로와는 규모면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정상부분의 봉황과 받침대인 기대부분 용의 형상은 두 향로가 같은 모형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서연시대 동경의 봉황모습
▲서연시대 동경의 봉황모습
 ▲박산향로의 봉황과 회화 속 봉황의 차이점=원위청 교수는 ‘봉황의 특징은 머리 위에 두 가닥의 깃털이 있고 꼬리 부분에 아름다운 꼬리 깃털’이라고 강조하며 백제금동대향로의 정상부분에 있는 새가 봉황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본사 취재 결과 박산향로에 나타난 봉황의 형태와 회화 속 봉황의 형태는 차이점을 나타냈다.

지난 1957년 난징시 서선교묘에서 출토된 삼국 오나라 때 동경(銅鏡)의 경우 좌, 우, 상, 하 4등분한 각 면마다 봉황 2마리가 날개를 펴고 꼬리를 든 형태로 그려져 있다. 이 동경에 그려진 봉황의 머리 위에는 긴 깃털이 드리워져 있으며 이 같은 형태는 서진시기 동경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봉황의 긴 머리 깃털 형태는 삼국시대 오나라 옻칠 그릇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984년 주연묘에서 출토된 옻칠 그릇에 나타난 봉황 역시 긴 머리 깃털과 꼬리 깃털이 드러나 있다. 이처럼 동경이나 옻칠 그릇에 새겨진 봉황의 긴 머리 깃털의 형태와 달리 향로에 새겨진 봉황의 머리 깃털은 왜 다른 형태를 보이는 것일까.

 이 같은 차이점은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달리 표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회화나 동경속의 표현에서는 가늘고 긴 머리깃털이 손상되지 않지만 향로 윗부분에 가늘고 긴 머리 깃털을 만들어 놓았을 경우 사용에도 불편할 뿐 아니라 쉽게 떨어지는 등 파손되기 쉽다.

실제 중국에서는 향로의 기능이 단순히 향 만 피우는 것은 아니다. 입고 있던 옷에 곰팡이가 생기거나 눅눅해졌을 때 손에 들고 향을 먹이는 경우도 있는데 중국 강소성 상주 고분벽화에 이 같은 그림을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향로는 고대로부터 인간 생활과 밀접한 도구인 것이다. 때문에 회화나 동경속의 봉황 머리 형태와 향로에 새겨진 봉황의 머리 형태는 다르게 표현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향로의 봉황형태가 회화 속 봉황의 실체와 다르게 다소 간략화 된 모습을 띠는 것은 머리 깃털 형태 뿐 아니라 발가락에서도 나타난다. 오봉훈로에 나타난 봉황의 발가락은 3개이나 삼국 오나라 때 동경 및 주연묘에서 출토된 옻칠 그릇의 봉황그림에 나타난 봉황의 발가락은 5개이다. 뒤쪽 2개의 발가락은 생활용기인 향로에서는 생략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사용에 편리함을 감안한 생략이 아닌가 추정된다.

 이와 함께 일부에서는 ‘봉황이 본래 신수(神獸)이기 때문에 고착화된 형태는 아닐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조원교 학예연구관은 “한국적인 계보도 있을 수 있으며 봉황의 정상부분을 닭 벼슬로 표현한 것 뿐”이라며 “사례가 많지 않아 비교할 수는 없지만 원위청 교수의 ‘백제금동대향로의 정상부 새가 긴 꼬리 수탉’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 주연묘에서 출토된 옻칠그릇 봉황.
▲ 주연묘에서 출토된 옻칠그릇 봉황.
 ▲향후 과제=전체 높이 62.5cm, 최대직경 19cm, 무게 11.8kg인 백제금동대향로는 동체를 연꽃봉오리로, 뚜껑은 산모양으로 만들어 많은 물상(物象)을 등장시켰다. 최정상의 봉황을 비롯해 37마리의 상상의 동물과 악사(樂士) 5인을 비롯한 17인의 신선(神仙) 등 다양한 표현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보다 훨씬 앞선 시기에 제작됐을 ‘오봉훈로’나 ‘동훈로’와는 문양이나 형태 등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 향로는 다양한 표현력 뿐 아니라 조형적·회화적 구성, 상징성은 어느 시기, 어느 향로보다도 탁월하다는 것이 학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러나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제작 시기를 비롯해 제작 목적, 향로에 나타난 사상과 당시의 정치적 상황 및 봉황이냐 천계냐 등등의 의문점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가 학계가 풀어야할 해결과제로 남아있다. /허난성 정주=글 박기성 기자.사진=김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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