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결혼해 대전에 정착하게 된 스라이란(26·캄보디아)씨는 아기를 업고 결혼이민여성 취업 박람회장을 찾았다. 결혼한지 2년이 지났지만, 아이 육아 때문에 일을 하지 못했다는 스라이란씨는 안경사로 취업해 친정엄마를 위한 효도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14일 대전지역에서는 최초로 결혼이민 여성들을 위한 취업박람회가 열리는 대전YWCA 행사장에는 300여명의 외국인 여성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박람회에는 구인을 원하는 업체들이 현장에서 직접 직원을 채용하는가 하면, 많은 여성들이 취업을 위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그동안 많은 결혼 이민 여성들이 일자리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고, 결혼이민 여성들을 선발하려는 업체를 찾을 수 없어 취업 문턱을 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 14일 대전YWCA에서 열린 결혼이민여성 취업을 위한 박은 박람회를 찾은 외국인 여성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지영철 기자 |
실제 이날 박람회를 찾은 빅토리아(25·러시아)씨는 자국에서 10여년간 발레를 전공하고, 벨리댄스 강사를 하다 결혼 이후에 한국에 자리잡게 됐다. 발레와 벨리댄스 등 특기가 많았지만 파란눈의 외국인을 강사로 채용해주는 곳이 없었고, 구인 정보를 접하기도 어려웠다.
빅토리아씨는 “한국말 공부도 열심히 하고 댄스 실력은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며 “일자리 정보를 얻기위해 박람회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구인난을 호소했던 지역 업체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됐다.
대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가발제조 업체 (주)씨크릿우먼은 가발모를 심는 생산직을 찾아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인 젊은 사람들은 힘든일이 아니더라도 정적인 일에는 관심이 없는것 같다. 인력난이 상당히 컸다”며 “그동안 외국인을 채용하지 않았지만, 직접 교육을 시키고 직원을 채용하면 구인난도 해결하고, 한국정착의 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15개 구인업체가 참가해 방과후 영어교사, 조리원, 생산직, 미싱사 등을 현장에서 채용했으며, 천연비누만들기, 폼아트, 한지공예 등 시연장도 운영됐다.
대전 YWCA 오현숙 사무총장은 “그동안 결혼이민여성들의 취업욕구가 컸고 사회단체가 적합한 직종을 발굴하는 것이 지역사회 적응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앞으로는 업체가 요구하는 인력 배출을 위한 훈련과 교육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