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금동대향로 수탉 아닌 '봉황'

백제금동대향로 수탉 아닌 '봉황'

  • 승인 2009-10-14 16:59
  • 신문게재 2009-10-15 1면
  • 글=박기성.사진=김상구 기자글=박기성.사진=김상구 기자
지난 1993년 발굴 이후 오랫동안 해석상 논란이 돼왔던 `백제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爐)'의 정상부 새가 일부의 주장과는 달리 긴 꼬리 수탉이 아닌 봉황인 것으로 본보 취재결과 밝혀졌다.

이에 따라 백제금동대향로의 정상부 새가 봉황이냐 또는 긴 꼬리 수탉이냐 하는 지난 13년간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 같은 논란이 처음 시작된 것은 지난 1996년 중국 정주대학교 원위청(溫玉成) 교수가 `백제의 금동대향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란 제목의 글을 발표하면서 부터다. 원위청 교수는 이 논문에서 “향로 꼭대기 부분에 있는 새는 `봉황'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봉황의 특징은 머리 위에 두 가닥의 깃털이 있고 꼬리 부분에 아름다운 꼬리 깃털이 있는 것이다”라고 전제한 후 “(백제금동대향로의) 이 새는 바로 `천계(天鷄)'에 해당되는 것으로 두드러져 보이는 닭 벼슬과 긴 꼬리를 지니고 있어 한 마리의 수탉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원위청 교수는 대향로의 원형은 중국 한대(漢代)에 유행하던 박산(향)로임에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본보가 중국내 허난성(河南省)박물원 등 5곳을 집중 취재한 결과 한대에 유행했던 박산향로의 봉황 역시 머리 위 모양은 닭 벼슬 형태를 띤 것으로 밝혀졌다.

허난성박물원이 소장중인 `오봉훈로(五鳳燻爐)'의 경우 서한시대(BC 206~AD 25년) 동(銅)으로 제작된 것으로 다섯 마리의 봉황을 형상화했다. 이 향로는 봉황의 펼쳐진 양쪽 날개와 꼬리, 앞가슴 등에 각각 작은 봉황을 거느린 형상이다. 오봉훈로의 봉황 다섯 마리 머리 위는 굵은 닭 벼슬 형상을 띠었으며 입에는 둥근 알 모양의 원구(圓球)를 물고 있다.

허난성박물원은 오봉훈로에 대한 설명에서 “구상이 새롭고 조형이 특이하며 봉황의 형상이 생동감이 있다”며 “실용과 감상을 일체로 한대(漢代) 동기(銅器)시대의 우수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또 “세상이 번창할 때 봉황이 내려온다”며 “이 훈로에 표현된 오봉에서 제일 큰 새가 상서로움을 상징하기 때문에 모든 일이 순조롭고 천하태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봉훈로에서 볼 수 있듯 중국 고대 박산향로 역시 꼭대기 부분 봉황의 머리 형태는 닭 벼슬 모양인 것으로 취재 결과 밝혀졌다. 이는 한대에 제작된 동경(銅鏡)속의 봉황 또는 옻칠 그릇속의 봉황그림에 나타난 가느다랗고 긴 머리 깃털 형태와는 달리 파손 등 실용적인 측면을 고려해 다소 간략한 형태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백제금동대향로 정상부 봉황의 실체에 대한 국내 역사학계의 보다 정확한 고증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난징시박물관 부관장을 역임한 정주사범대 주유흥 교수는 “백제금동대향로의 정상에 있는 새는 봉황이다”라며 “봉황은 길함을 상징하는데 이렇게 크고 정교한 향로는 중국내에서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고대 문물로서 동아시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조원교 학예연구관은 “박산향로는 이상향의 셰계인 신산을 표현하는 것으로 향로 정상부분의 봉황과 받침대의 용은 대칭을 이루도록 제작된 것이 확실하다”며 “지금까지 ‘봉황’과 ‘천계’라는 두 가지 학설은 하루빨리 시정돼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허난성 정주=박기성 기자.사진=김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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