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나눔의 계절이 된 것은 아마도 민족의 대명절인 한가위 때문일 것이다. 해마다 한가위가 다가오면 송편 만들기 자원 봉사가 줄을 잇고 더불어 김치까지 담가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고 있다. 정성이 가득담긴 송편과 맛깔스러운 김치, 명절에만 맛볼 수 있는 전이며 부침, 산적까지 자원봉사자들의 나눔의 마음은 끝이 없어 보인다.
▲ 박옥진 다문화가족사랑 회장. 대전목련로타리 회장 |
올해는 특별히 필자가 함께하는 다문화가족사랑회의 한국어 교육생들과 함께 했다. 자원봉사자들이 다문화 이주여성들을 한사람 한사람 직접 방문해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한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그동안 어려움도 없지 않았으나 이제는 완전히 자리가 잡혀 한국어를 지도하는 자원봉사자들도 20명이 넘어서고 있고, 한국어를 배우는 이주여성들도 30명을 넘고 있다.
이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며 자원봉사자들의 땀과 노력이 일궈낸 쾌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방문 교육이라고 해도 이주여성 회원 수가 100명을 넘고 있는데, 아직 교육의 기회를 얻고 있지 못한 이주여성 회원들이 많이 있어 안타까움이 크다. 한국어 교육에서 멀어질수록 함께하는 기회도 적어지고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 문화를 이해하고 배우는데 함께 송편을 빚고 나누는 일만큼 편안하고 좋은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한가위 준비는 여성단체협의회와 함께 했는데, 양쪽 모두에 참 특별한 시간이었다. 여성단체 봉사자들은 다문화 이주여성들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었으며, 다문화 여성들에 대한 이해도도 높이는 기회가 됐다. 우리의 교육생인 이주여성들은 친정 엄마같은, 이모같은 분들을 만나 환담도 나누고 고민도 털어놓고 감사의 인사도 건네며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교육생 가운데 한 학생은 너무나 의젓하게 필자인 내게도 이런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 함께한 봉사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인사법을 배우고 서로에 대한 예절을 배우며, 낯선 이방인이 아닌 우리와 하나가 되고자 하는 다문화 이주여성들. 피부색이 조금 다르면 어떤가. 말이 좀 어눌하면 또 어떤가. 이 땅의 남편을 따라 그 먼 길을 건너온 여성들이 아닌가. 내 가족이 아닌가 말이다.
명절을 맞으며, 이주여성들과 함께 송편을 빚으며 김치를 담그는 광경이 이젠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필자는 이주여성들이 유행처럼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행사장의 풍경에 지나지 않는 모습들이 참 안타깝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를 쌓아간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며, 결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부지런히 사랑을 나눠주고 용기를 북돋아주며 함께함의 즐거움을 일깨워 주는 일이 우선되어야 하겠다.
송편을 빚으며 김치를 담그며 필자는 그녀들과 하나가 되어감을 느꼈다. 이주여성들을 향한 자원봉사자들의 마음은 언제나 그대로 드러난다. 누군가를 돕고 사랑한다는 일이 억지로 시켜서 되는 일은 아닌 것임을 우리의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분명히 깨닫게 된다. 부족하지만 열정 하나로 그녀들의 한국어 교사가 되고자 하는 이들. 그들이 있기에 세상은 참 아름답다. 함께하고 나누는 일들이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나눔이 있기에 더욱 풍성하고 행복한 삶을 모두와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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