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안순 홍성 금마중 교사 |
본교는 2009학년도 농산어촌 연중 돌봄 학교에 선정되어 소외된 농촌지역의 학생들에게 가정의 돌봄 기능을 학교가 많은 부분 담당하고 있다.
학습지원으로 사교육비 절감 및 방과후 생활지도를 겸한 방과후 저녁공부방 운영을 하는 데 저녁과 귀가차량을 제공하니 전교생의 72%가 참여한다. 오후 9시까지 물음방과 탐구방으로 나누어 물음방은 영어, 수학교과 교사가 학생들의 질문을 받으며 학습을 돕는다. 탐구방은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준다. 요즘 학생들은 야행성이라 그런지 저녁공부방 학습태도가 더 진지하다. 진지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운영하는 담당자로서 매우 흐뭇하다.
체험활동 지원으로 문화적 소양과 긍정적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 역사문화 탐방, 단체봉사활동, 안면도 꽃박람회 방문, 학교야영 및 생태체험 등을 실시하였다. 주말이나 단기방학에 실시하여 실제 방학 일수가 줄어들지만 학생들이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기에 모든 선생님이 기꺼이 협조해 주니 추진하는 이의 마음 부담을 덜어주어 고맙다.
경제적·심리적 지원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학생과 교사가 1:1결연 안전케어시스템을 운영하여 정서적 유대와 지지를 통해 안정적인 학교생활을 돕고 있다. 부모님이 자녀를 돌볼 수 없는 형편인 경우 미용실에 데리고 가 머리도 깎아주고, 의복도 마련해 주는 등 세심하게 돌봐준다. 학교 부적응으로 장기 결석생은 학생부장님은 물론 교장선생님까지 방문 상담을 실시한다.
큰 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가정방문을 다녀 온 선생님들은 학생 처지에 마음 아파하며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사회단체의 도움을 알아보기도 하고 선생님들이 직접 도와 줄 부분이 있는지도 고민한다. 가정과 학교의 역할 경계 없이 고민하는 모습이 훈훈하다.
또 농어촌청소년육성재단 소원성취 프로그램 도시문화 체험분야에 선정되어 전교생이 수원성과 뮤지컬 맘마미아를 관람하였다. 꽉 채워진 객석과 출연진들의 노래실력을 보며 학생들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소감문에서 앞으로 본인의 힘으로 꼭 이런 공연을 보고 싶다고 한 학생도 있었고, 평생 한 번 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쓰기도 했다. 마음 벅찬 감동에 행복해 하는 학생들의 마음이 전해져 나도 행복하다.
작은 학교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쉽게 용기를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학생에 대해 많은 것을 알다보니 안타까운 것도 많고 해주고 싶은 것도 많다. 이 작은 학교에서 나의 교직생활 중 뭔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욕심을 부렸다.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학생들과 시간을 같이하며 학생들이 꿈을 가질 수 있기를, 행복해지기를 바라지만 학생들의 변화는 느리기만 하다. 어느 순간 내 노력에 대해 회의를 느낄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교육의 결과는 그렇게 빨리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고”하신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며칠 전 한 학생이 맘마미아에 나왔던 아바 노래를 점심시간에 틀어 달라고 했다.
맘마미아 뮤지컬 관람이 아니면 요즘 아이들이 아바를 접할 일은 거의 없을 텐데 경험한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분명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지금 바쁘게 학생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학생들의 행동, 생각 변화의 좋은 밑거름이 되리라 믿고 용기를 낸다. 수확의 계절 마무리를 잘하기 위해 오늘도 우리 학교에는 학생들이 저녁 늦게까지 책을 본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난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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