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철]로마에서 배우는 사회통합의 시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영철]로마에서 배우는 사회통합의 시대

[시사에세이]박영철 대전예고 이사장

  • 승인 2009-10-12 17:52
  • 신문게재 2009-10-13 20면
  • 박영철 대전예고 이사장박영철 대전예고 이사장
우리 사회가 다원화 되어가고 있다. 비단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 가정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60여 년간 대한민국이 발전하여 온 만큼 약 3세대에 걸친 세대간의 차이, 빈부격차, 영호남 지역갈등, 수도권과 지방의 이해충돌 등 이제 한국사회는 구성원간 같은 점이 거의 없을 정도로 다양화 되어있으나, 다양화 된 사회를 통치하는데 필요한 노하우는 전무한 상태다. 이에 필자는 세계최초의 다문화 공동체 사회를 이끌었던 로마에서 그 해법을 찾음이 어떠할까 생각해본다.
 
▲ 박영철 대전예고 이사장
▲ 박영철 대전예고 이사장
 로마는 모두 알다시피 기원전 7세기경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랐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로물로스 쌍둥이 형제에 의해 창설되었다고 한다.

물론, 어느 고대 사회의 건국신화와 마찬가지로 신화일 뿐 역사적 근거는 희박하다. 그러나 건국 후 로마는 도시국가에서 출발해 공화정을 거쳐 제정시대로 이어지는 1000년의 기간에 그 어느 누구도 이룩하지 못했던 역사를 이루었다. 그 중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몇가지 중 하나는 카이사르가 도입하고 그의 양자 아우구스투스에 의해 꽃피워진 세계최초의 다민족 다문화 공동체 로마제국이다.

인류 역사에는 수많은 제국이 존재하였으나 로마만큼 다민족 다문화 된 제국은 없었을 뿐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도 다민족 다문화 모두 로마의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리며 살 수 있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물론 카이사르나 아우구스투스의 이러한 포용정책에는 국내적 반대파를 제거하는 정치적 목적이나 오늘날 유럽과 북아프리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활한 영토를 다스리는데 필요한 전략이 숨어있었으나, 2000년전 이미 피 지배민족을 동등하게 대우할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은 이 두 지도자를 더욱 위대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말도 서로 통하지 않는 사람들을 로마인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낼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었다.

그들은 정복된 민족의 풍습과 종교를 존중하고 인정하였다. 로마유적이 가장 잘 보존되어있는 알제리의 팀가드 유적에는 로마인복장을 한 아프리카 부부와 그 위에 태양신과 달신 그리고 로마신이 함께 있는 석물 조형이 발견되었다.

이는 로마가 이 종교에 대한 배려와 타문화에 대한 열린 자세를 보여준다. 그들은 일본의 식민지배처럼 상대방을 노예화 하려고도, 동화를 강요하지도 않았다. 대신 팀가드에서처럼 잘 갖추어진 신도시 건설을 통해 원주민들에게 선진문물의 소개와 안락함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자발적 선택을 이끌어 냈으며, 그들을 로마시민의 일원으로 만들어나갔다. 이른바 상향평준화였다.
 
 정복자와 피정복자로 만난 고대 로마인과 이민족들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도 현재 사회 곳곳에서 이질적 개념이 충돌하고 있다. 지난 60여 년의 대한민국 역사의 속도만큼 우리에겐 해방 전 세대, 해방 후 세대, 산업화 세대, 민주화 세대, 그리고 소위 신세대라 불리 우는 70년대 이후 세대 모두가 한 공간 속에 숨쉬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빈부에 의한 계층간 갈등, 많이 희석되긴 했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영호남 지역갈등, 아직 정치쟁점화 되진 않았으나 곧 될 수 밖에 없는 수도권과 비 수도권의 갈등구조, 여기에 이제 우리 사회의 새로운 일원이 되어가는 100만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들. 이들이 서로 원하는 바를 아직 우리 사회가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정치권, 경제집단, 심지어 노동단체들까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란 단어는 실종 된지 오래다. 부드러운 개입으로 상대의 선택을 유도하는 ‘넛지(Nudge)’의 리더쉽이 2000년 전 로마에도 있었음을 상기해보자. 나의 행복이 남의 불행이 되어서는 안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5.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