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과학실험원 사비털어 교육받는다

학교 과학실험원 사비털어 교육받는다

구멍난 처우... 15년일해도 계약직

  • 승인 2009-10-12 14:13
  • 신문게재 2009-10-13 9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과학실험은 전문분야이고, 위험하기도 합니다. 과학실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누가질지 궁금합니다.”

대전지역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과학실험원 A씨는 전문분야이면서 전문인 취급을 하지 않는 교육청의 인식을 질타했다.

12학급 이상이면 규정상 과학실험원을 두도록 하고 있어 대전지역 초등학교와 중학교 대부분이 과학실험원을 배치하고 있다. 이들 과학실험원은 과학실에서 각종 실험 도구와 실험 약품 등 수업 준비를 돕고, 위험에 노출된 과학실험실을 안전하게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선 학교에 과학실험원을 배치하기 시작한지 15년이 지났지만, 일용잡급직 형태로 전문성을 인식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 과학실험원은 학교 회계직원으로 1년마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학교장의 권한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주로 1명이 한 학교에 근무하는 여건 때문에 법정 휴가는 커녕 부당한 일을 당했다 하더라도 표시조차 내지 못하는 현실이다.

과학실험원이라는 전문분야 직무에도 불구하고 잡급직 인식은 아직까지 학교내 심부름꾼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 과학실험원들의 전언이다. 더욱이 각종 화학약품과 위험한 과학 실험 도구를 취급해야 하는 전문직이지만, 제대로된 교육 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청이 매년 직무교육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과학 실험원 업무 교육이 아닌 공무원 소양 교육 수준에 그치고 있어 전문교육이 절실하다.

과학실험원 B씨는 “10여년씩 업무를 한 사람들은 전문 교육 없이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업무를 했다”며 “하지만 신규직원들은 사실상 위험 약품 취급이나 위험 실험 도구 운용 등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형태로 운영을 하다보니 지난해에는 충남에서 과학실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제대로된 관계기관의 교육이 없자 지난 2004년에는 신규채용된 대전지역 과학실험원들이 사비를 털어 교육을 받기도 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대전충청지부는 해당 교육청에 교육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한편 여성노조 차원에서 직접 실무 교육을 하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이마저 쉽지 않았다.

여성노조는 과학실험원들의 처우와 업무상 위험성을 감안해 지난 2007년 노동부에 사업을 신청해 직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경남권과 수도권은 전국여성노조의 프로젝트 운영으로 실무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전충남지역은 아직까지 실무 직무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대전충청지부 관계자는 “처우는 고사하고 과학실험원 배치의 취지에 맞지 않게 전문성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라며 “교육청의 무관심 속에서 피해는 학생들이 고스란히 입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서 대전이 과학의 도시다, 기초과학을 튼튼하게 해야한다는 구호는 이해가 가지 않는 헛소리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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