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임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악장 |
저의 귀성경로는 다행히 역귀성 노선입니다. 경부 고속도로를 경유해서 자유로를 거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주변의 누렇게 익어가는 풍요스러움을 만나게 됩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어린시절의 추억과 함께 모든 것들이 소중한 가치였음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추석 명절 때마다 깊은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
최근 유행하는 추석후유증이니, 살이 불었다느니, 이 말에 대해 우리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고 북한 주민을 생각해 본다면 조금은 사치스러운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물론 저도 두 아이의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또 직장인으로서 연주자로서 추석기간 피곤함이 분명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추석이 있기에 그나마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가족이 모여 따듯한 마음을 나눌 수 있고 일가친척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또한 바쁘다는 핑계로 며느리 역할 못한 그간의 불순종에서 만족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기간을 통해서 조금은 죄송함을 덜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에 그래도 매년 추석 명절이 기다려짐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에서 저는 `추석명절'은 대자연이 주는 가장 큰 혜택을 인간 삶의 세계와 가장 아름답고 풍요롭게 접목시킨 축제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속담으로 `더도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듯이 천고마비의 좋은 절기에 새 곡식과 햇과일의 추수와 만물이 풍성하고, 음력 `5월은 농부, 8월은 신선'이라는 말이 정말 실감되는 감사함과 희망과 풍요로운 시절의 상징으로 보여집니다.
자료를 찾아보면 추석, 한가위에 대한 기원이 삼국사기 의 `회소곡(會蘇曲)'이란 가요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신라 유리왕때 육부(六部)를 둘로 나누어 왕녀(王女) 두 사람으로 하여금 부내(部內)의 여자를 거느리고 길쌈 경쟁을 하고 8월 보름에 진 편이 이긴 편에게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대접하고 노래와 춤으로 즐겼고 이 때 진 편의 한 여자가 춤추며 `회소회소(會蘇會蘇)'하고 탄식하는 음조(音調)가 매우 슬프고 아름다웠기에 후세의 사람들이 그 소리에 맞추어 노래를 지어 불러 전해 온 것이 곧 `회소곡' 되었다고 하며 오늘날에는 `모이소 모이소' 등 학자에 따라 여러 가지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이런 민족 최대의 추석으로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 있다면 부부, 가족 상호간 관심과 노력으로 해소하여 이 민족의 축제 명절이 아름다움으로만 기억되는 여유를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이번 임진각 부근을 달리면서 듣고 느낀 점은 이산가족 만남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의 형태로 신청자 모두가 만남이 이루어지려면 앞으로 200년 이상 걸린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아쉽게 느껴집니다. 관련해서 떠올랐던 생각은 제가 음악인이고 연주자이기에 이 분들을 위해서 저희들이 갖고 있는 역량이라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주변 동의가 전제된다면 연정국악연주단을 통해서라도 이분들에게 작은 위로의 계기를 마련해 드리고 싶어집니다. 이런 심정은 북한 하늘을 바라보며 자유로를 달려본 사람은 모두가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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