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낮은 구릉과 농경지로 둘러싸여 비교적 인간의 간섭이 크지 않았던 탓에 자연형 하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하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곳을 금강의 중ㆍ하류에서 생태적 가치와 중요성이 가장 크고, 보전 가치 또한 높은 곳으로 꼽는다.
▲천혜의 야생동물 서식지=실제 합강리 일대는 넓은 하중도와 잘 발달된 모래톱 및 하천 식생 등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생태적으로나 경관적으로도 우수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미호천이 금강의 본류와 만나는 지점에는 곡류 하천의 유로가 바뀌면서 형성된 드넓은 하중도가 철새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곡류 부분에 펼쳐진 모래톱은 본류로 흘러드는 탁한 지천의 수질을 정화하는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 미호천이 금강 본류와 만나는 합강지점. |
합강리 일대의 이러한 자연 환경은 새들에게는 천혜의 서식지가 된다. 이곳이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내륙 습지이자 철새도래지라는 점은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아직은 이곳에서 겨울을 나고 떠나간 철새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지금도 아름다운 새들의 날갯짓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그리고 곧 찬바람이 불어오면 이 일대는 다시 겨울 진객, 철새들의 낙원이 될 것이다.
특히 이 일대에는 지금도 인간의 탐욕이 곳곳에 남긴 아픈 흔적들이 씁쓸함을 남기고 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호남고속철도 통과 구간과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 내에 위치하게 되면서 지난 2006년 이후 골재채취가 금지돼 비교적 안정적인 생태적 기반이 유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점차 이곳을 찾는 철새들의 개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100여 종의 야생동물=합강리 일대의 생태적 다양성과 우수성은 이미 여러 차례의 조사를 통해서도 입증된 바 있다. 지난 2007년 국립환경과학원의 `행정중심복합도시 환경생태분야 조사 연구'에 따르면 이 일대에는 103종의 조류와 11종의 포유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중에는 포유류인 삵과 수달을 비롯해 큰고니, 흑기러기, 원앙, 흰꼬리수리, 참수리, 황조롱이 등 17종에 이르는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종이 포함돼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지난해 `호남고속철도 계룡산 통과구간 환경생태 공동 조사 요약보고서'에서도 다양한 맹금류가 서식하는 이 지역의 생태적 우수성이 확인된다. 2007년 네 차례에 걸쳐 합강리를 비롯한 이 일대 3개 지점에서 확인된 조류만 총 12목 30과 61종 2967개체에 달한다.
▲ 항공에서 내려다 본 연기군 동면 합강리 일대 모습. |
무엇보다 이 일대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 내에 포함돼 있어 환경적 변화가 불가피한 곳이다. 세종시가 세계적인 친환경도시를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지난 2007년 착공 과정에서 환경단체와의 극심한 마찰을 빚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착공 과정에서 예정지 내에 들어있는 합강리 일대의 철새서식지에 대한 보전 가치와 대책이 제대로 반영·수립되지 않았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주장이었다. 갈등을 겪으며 당시 건설 과정에서 친수공간 확보를 위해 추진하려던 수중보 설치 계획이 일단은 유보되고, 합강리 일대가 야생동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이곳의 상황은 여전히 위태롭다.
이 수중보 설치 계획은 현재 4대강 살리기라는 미명아래 추진되는 금강 정비사업으로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부장은 “합강리 일대는 금강의 중·하류에서 생태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역에 해당한다”며 “하천의 생태계는 하나로 연결된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일부 구간에 대한 보전 대책을 마련된다 해도 막개발식 논리로 강이 파헤쳐지면 생태계의 변화와 악영향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이종섭·사진=김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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