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인간의 손길... 사라질 철새의 낙원

잘못된 인간의 손길... 사라질 철새의 낙원

[금강리포트]비단길 천리에서 상생을 찾다 12. 생태계의 보고 합강리

  • 승인 2009-10-08 14:08
  • 신문게재 2009-10-09 13면
  • 이종섭 기자이종섭 기자
 연기군 동면 합강리. 이 일대는 금강이 제1지류인 미호천과 합류되며 천혜의 생태환경을 만들어 내고 있는 지역이다. 새들의 먹이 공급처 역할을 하는 장남평야와 생태적 우수성을 지닌 전월산이 맞닿아 있어 육상과 수상의 생태계가 한데 어우러지는 생태계의 보고인 것이다.

 또 낮은 구릉과 농경지로 둘러싸여 비교적 인간의 간섭이 크지 않았던 탓에 자연형 하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하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곳을 금강의 중ㆍ하류에서 생태적 가치와 중요성이 가장 크고, 보전 가치 또한 높은 곳으로 꼽는다.


▲천혜의 야생동물 서식지=실제 합강리 일대는 넓은 하중도와 잘 발달된 모래톱 및 하천 식생 등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생태적으로나 경관적으로도 우수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미호천이 금강의 본류와 만나는 지점에는 곡류 하천의 유로가 바뀌면서 형성된 드넓은 하중도가 철새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곡류 부분에 펼쳐진 모래톱은 본류로 흘러드는 탁한 지천의 수질을 정화하는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 미호천이 금강 본류와 만나는 합강지점.
▲ 미호천이 금강 본류와 만나는 합강지점.

합강리 일대의 이러한 자연 환경은 새들에게는 천혜의 서식지가 된다. 이곳이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내륙 습지이자 철새도래지라는 점은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아직은 이곳에서 겨울을 나고 떠나간 철새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지금도 아름다운 새들의 날갯짓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그리고 곧 찬바람이 불어오면 이 일대는 다시 겨울 진객, 철새들의 낙원이 될 것이다.

특히 이 일대에는 지금도 인간의 탐욕이 곳곳에 남긴 아픈 흔적들이 씁쓸함을 남기고 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호남고속철도 통과 구간과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 내에 위치하게 되면서 지난 2006년 이후 골재채취가 금지돼 비교적 안정적인 생태적 기반이 유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점차 이곳을 찾는 철새들의 개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100여 종의 야생동물=합강리 일대의 생태적 다양성과 우수성은 이미 여러 차례의 조사를 통해서도 입증된 바 있다. 지난 2007년 국립환경과학원의 `행정중심복합도시 환경생태분야 조사 연구'에 따르면 이 일대에는 103종의 조류와 11종의 포유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중에는 포유류인 삵과 수달을 비롯해 큰고니, 흑기러기, 원앙, 흰꼬리수리, 참수리, 황조롱이 등 17종에 이르는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종이 포함돼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지난해 `호남고속철도 계룡산 통과구간 환경생태 공동 조사 요약보고서'에서도 다양한 맹금류가 서식하는 이 지역의 생태적 우수성이 확인된다. 2007년 네 차례에 걸쳐 합강리를 비롯한 이 일대 3개 지점에서 확인된 조류만 총 12목 30과 61종 2967개체에 달한다.

▲ 항공에서 내려다 본 연기군 동면 합강리 일대 모습.
▲ 항공에서 내려다 본 연기군 동면 합강리 일대 모습.
▲위협받는 생태계=그러나 이곳의 이 같은 생태적 우수성은 과연 얼마나 보전될 수 있을지 모를 풍전등화의 상황에 놓여 있다. 단적으로 이곳은 지난 겨울 일시적으로 순환수렵장으로 지정되면서 수렵금지구역인 야생동식물보호구역 내까지 총포 소리와 불법 수렵으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일대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 내에 포함돼 있어 환경적 변화가 불가피한 곳이다. 세종시가 세계적인 친환경도시를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지난 2007년 착공 과정에서 환경단체와의 극심한 마찰을 빚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착공 과정에서 예정지 내에 들어있는 합강리 일대의 철새서식지에 대한 보전 가치와 대책이 제대로 반영·수립되지 않았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주장이었다. 갈등을 겪으며 당시 건설 과정에서 친수공간 확보를 위해 추진하려던 수중보 설치 계획이 일단은 유보되고, 합강리 일대가 야생동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이곳의 상황은 여전히 위태롭다.

이 수중보 설치 계획은 현재 4대강 살리기라는 미명아래 추진되는 금강 정비사업으로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부장은 “합강리 일대는 금강의 중·하류에서 생태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역에 해당한다”며 “하천의 생태계는 하나로 연결된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일부 구간에 대한 보전 대책을 마련된다 해도 막개발식 논리로 강이 파헤쳐지면 생태계의 변화와 악영향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이종섭·사진=김상구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대트랜시스 파업과 집회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과 불만 가중
  2. '11만1628명 수료생 배출' 이만희 총회장 "종교탄압은 절대 안돼"
  3. 충남도, 중국 장수성 등 3개 지방정부와 환경행정교류회 개최
  4. [미래인재 키우는 충남교육 참학력] 충남교육청, 인문소양교육 강화로 학생 문화 감수성 UP
  5. [사설] '안면도 개발·내포 병원', 관건은 사업성
  1. [사설] 국비 확보에 지역 '원팀' 정신 아쉽다
  2. 언론중재위원회 제3차 언론인 전문 연수
  3. '2024 신문이 들려주는 숲 이야기 NIE 패스포트 공모전'
  4. 정원의 설계에서 시공 및 관리까지
  5. 지역과 대학의 상생 발전을 위한 협력 방안

헤드라인 뉴스


대전 영양교사 배치 절반뿐… 내년 모집도 ‘역대 최저’

대전 영양교사 배치 절반뿐… 내년 모집도 ‘역대 최저’

청소년 비만율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식생활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대전 내 영양교사 인원은 전체 학교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다. 심지어 2025년 대전 영양교사 모집인원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전국 하위권을 기록했다. 학교 내 영양교사의 공백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교원 감축까지 추진하고 있어 학생 식생활 교육 공백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대전 내 영양교사는 184명이다. 대전 전체 학교(특수학교 포함) 312곳 중 영양교사 배치는 유치원 1명, 초등 119명, 중등 23명, 고등 36..

대전 동구·충남 당진서 멧돼지 떼 출몰…당진서 2마리 잡혀
대전 동구·충남 당진서 멧돼지 떼 출몰…당진서 2마리 잡혀

10월 31일 저녁 대전 동구와 충남 당진 일대에서 멧돼지 떼 출몰 신고가 들어와 소방당국과 지자체가 수색을 벌인 가운데, 당진에서 2마리가 포획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주민 피해는 없었다. 1일 충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인 31일 밤 9시 52분께 당진에서 멧돼지 2마리를 포획했다. 앞서 오후 6시 45분께 동구 낭월동에서 멧돼지 4마리가 출몰했다는 주민 신고가 들어와 대전소방이 수색을 벌인 바 있다. 곧이어 오후 7시 35분께 당진시 석문면 통정리 석문산업단지에서도 멧돼지 3∼5마리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슈]치솟은 아파트에 깊어지는 그늘…개발서 빠진 노후주거 `현안으로`
[이슈]치솟은 아파트에 깊어지는 그늘…개발서 빠진 노후주거 '현안으로'

산이 높은 만큼 골짜기는 깊어진다고 했던가, 대전에서도 부쩍 높아진 아파트만큼 그 아래 그늘도 깊어지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을 시행할 때 수익과 사업성이 기대되는 핵심 구역에서만 노후주택을 헐고 새 아파트를 짓고 있다. 새 아파트 옆에 낡고 노후된 주택과 상가가 그대로 남은 현장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주민들은 되살릴 수 없는 죽은 건물이 되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대규모 정비사업 후 남은 원주민의 구김살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49층 옆 2층 노후건물 '덩그러니' 대전 중구 은행동의 한 골목을 걷다 보면 49층까지 솟은 아파트..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학원연합회 ‘생명나눔’ 따뜻한 동행 대전학원연합회 ‘생명나눔’ 따뜻한 동행

  • 매사냥 시연 ‘신기하네’ 매사냥 시연 ‘신기하네’

  • 동절기 이웃사랑 김장 나눔 동절기 이웃사랑 김장 나눔

  • ‘해바라기 꽃이 피었습니다’ ‘해바라기 꽃이 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