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상처 깊어도 사회는 팔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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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상처 깊어도 사회는 팔짱'

<범죄 피해자로 산다는 것> 1. 무관심에 두번 우는 피해자

  • 승인 2009-10-07 16:30
  • 신문게재 2009-10-08 1면
  • 오주영.김경욱 기자오주영.김경욱 기자

<글 싣는 순서>
 1. 무관심에 두번 우는 피해자
 2. 범죄 피해자 지원 현주소
 3. 사회에서 받은 상처, 사회가 보듬어야!


1. 무관심에 두번 우는 피해자

6년 전 남편과 이혼하고 대전시 서구에 사는 김유미(52·가명)씨에게 딸 은미(25·가명)씨는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이자 삶의 이유였다.

은미씨는 중국 청도시에 있는 한국계 법인회사에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며 김씨에게 한 달에 100만원 남짓한 생활비를 보냈다.

몇 번의 사업 실패로 옷가게 일을 도와주며 하루하루 살던 그녀는 그런 딸 은미씨만 보면 가슴이 에이면서도 한없이 고마웠다. 그런데 몹시도 시렸던 지난 1월 18일.

김씨에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중국땅에서 들려온다. 그렇게 착하디 착했던 딸이 살해를 당하고 주검은 불에 유기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사고 이틀 만에 잡힌 이는 한국인 25세 남성이었다.

중국에서 살인과 시체유기는 대부분 사형이지만 김씨의 배려로 피의자는 20년 형으로 감형받고 현재 중국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하지만 김씨는 딸을 잃은 아픔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만큼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 중국에서 발생한 사건이기에 국가구조금 지급대상이 되지 못할뿐더러 딸이 인턴사원이라는 신분상, 회사로부터 장례비 외에 다른 보상을 받지 못했다.

김씨에겐 사단법인인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의 300만원과 사회복지 공동모금에서 준 일부분의 성금 외에 국가나 자치단체에서의 지원은 없었다.

범죄피해자들이 이처럼 두 번 울고 있다. 범죄로 부터 신체와 마음을 다치고, 더 큰 피해는 그 이후다.

지역 내에서 발생한, 교회에 가던 도중 불상자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중상을 입었지만 수입없는 남편과 입대 예정인 아들을 둬 일을 해야만 하는 50대 여성이 그렇고, 친부에 의해 강간당한 후 경제적 여력이 없는 친모 밑에서 커야 하는 10대 소녀가 그렇다.

범죄피해는 피해자 자신은 물론 가족과 친척, 이웃, 지인에게조차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대전지검의 강력사건 미제현황은 올 7월 현재 365건에 달한다.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각 1년간 발생한 수치보다도 올해 7개월치의 미제 건이 높다.

대전경찰청이 개청한 2007년 7월부터 1년간 5대 범죄는 1만 4389건이 발생했고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는 1만 7271건이 자행됐다.

충남에선 지난해 1만 9410건, 올 6월 현재 8676건의 5대 범죄가 벌어졌다.

범죄는 꾸준히 발생하고 일부는 미제로 남는다.

하지만 피해자 중 상당수는 자신에게 피해를 가한 이가 누군지도 모른 채, 안다 해도 제대로 된 보상이나 지원없이 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아니, 버티고 있다.

대전범죄피해자지원센터 손종현 이사장은 “범죄 피해 후 신체적 고통은 물론 경제적 어려움으로 한 가족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사례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며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재활을 돕는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오주영·김경욱 기자 dearw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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