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이나 신문 혹은 인터넷으로 보고 듣던 뉴스가 사람과 사람사이의 야야기를 통해 전달되고 재해석되는 이야기의 장터가 열리는 것이다. 며칠 동안의 이 장터를 통해 전국적 이슈가 사랑방의 얘깃거리가 되고, 거꾸로 동네 이야기가 전국으로 퍼지게 될 것이다.
▲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 |
고향을 찾아 운전하는 길가에서 동네마다 의견이 다르고, 같은 동네에서도 단체마다 의견이 다른 것을 발견하며 시골집 문 앞에 도착할 것이다. 하지만 현수막 몇 장으로 통합에 찬성 혹은 반대의 의견을 다 이야기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수막부터 내걸고 온 동네가 대립하는 것을 보면 `도대체 뭔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라는 궁금함을 떨쳐 버릴 수가 없을 것이다.
사실 현재의 행정구역이 과거 구한말에 설정된 이래 큰 변화없이 지속되어 왔기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학계나 정치계가 모두 동의하고 있다. 지난 참여정부에서도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 국회차원에서도 특위가 구성되어 일정한 정도의 개편방향과 틀이 제시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그 필요성에 대해 지난 광복절 연설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현행 행정구역에 대한 개편 필요성에 대해서는 학계는 물론 주요 정당들이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면적 행정구역개편은 국가통치기반의 수정을 의미하므로 헌법개정을 통해서 추진되어야 하며,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이를 추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이 걸리는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거시적 관점에서는 동의하지만 민주당을 포함한 각당의 셈법이 복잡한 까닭도 바로 이 맥락이다. 행정구역개편은 시민사회를 포함하여 각 정파가 뛰어들 수 밖에 없는 파괴력을 가지는 정치이슈이며 기존의 정치담론 지형도를 통째로 바꿀 수 있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헌법적 측면에서 정치권 중심으로 이루어질 행정구역개편의 문제가 추석의 얘깃거리로 등장한 데는 행정안전부의 발빠른 움직임에서다. 행정안전부가 자치단체들의 자율적통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기초자치단체들의 통합논의가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해득실을 계산하는 지역정치권이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간과할 수 없다.
행정구역개편은 행정효율성과 주민자치구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효율성과 관련하여 행정안전부나 중앙정부처럼 위로부터 혹은 해당지역별로 외부로 부터의 논의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주민자치에 직결된 문제이기에 주민이나 지방의회에서의 논의와 같이 아래로부터 혹은 안으로부터의 논의도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논의가 중앙정치권이나 중앙부처 그리고 단체장들의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거기에 더해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속도를 내려고 한다는 것은 더욱 그 저의를 의심해봐야 한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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