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프로그램에서 나에게 할당된 몫은 ‘오늘의 문화 읽기와 책의 문화적 접근’이라는 제목으로 오리엔테이션을 겸하는 강의였다. 어렵긴 했지만 문화영역으로 발을 내딛게 된 이후 내가 풀어야할 과제이기도 했다. 강의교재로 사용될 원고는 나의 개인적 체험에 바탕을 둔 진정성을 기반으로 공감을 끌어내기 위한 글쓰기 방법을 택하여 풀어나갔다.
내가 책을 이해했던 방식들과 최근 10년 사이 우리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책과 관련된 환경을 정리하여 보니 ‘개인적 책읽기에서 함께 읽는 문화읽기’로 발전되어 왔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래서 이 소제목으로 한 꼭지를 정리한 후 책읽어주는 실버문화봉사단의 사업목적을 정리하니 ‘책으로 문화적 놀이를 하다’라는 소제목이 구성되었다.
이 원고의 핵심 내용은 작금의 다양한 책읽기 방식은 개인의 지식 축적을 넘어 정보화 사회로 넘어가는 지식경영을 보여주고 있었다는 것과 ‘책 읽어주는 실버문화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지향해야할 문화적 방식은 눈으로 읽어가는 평면적 방식에서 소리내어 읽어주는 행위, 인형 등을 만들어 보여주면서 들려주는 행위, 회곡대사화하여 소리와 시각을 동원하여 보여주고 들려주는 행위, 북아트 등을 만들어 읽어주는 행위 등은 우리의 오감을 동원하는 책읽기의 또 다른 문화적 놀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목적은 책을 읽어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조언을 넘어서서 문화적 접근을 통해 책이 전하고자 하는 스토리와 상상력과 이미지들이 개인에게 스며들어 그것이 쌓여갈 때 깊이 있는 책읽기를 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개인적 행위들이 모여질 때 정보화시대에 걸맞는 종합적 판단력과 상상력 창의력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리라 기대한다로 결론지었다.
다음은 이 원고를 토대로 강의할 부교재로 ’더 리더’라는 제목의 책과 영화를 선택하였다. 강의를 말로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설령 PPT자료를 활용한다하더라도 책읽어주는 문화봉사단이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개인적인 책읽기에서 쌓인 문화적 감수성과 함께 읽는 문화읽기와 해석을 통해 만들어내야 할 매개적 창작물은 예술가적 행위과정이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더 리더’의 부제가 ‘책읽어주는 남자’이다. 영화를 통해 더 알려진 이 책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영화감독이 노력했던 과정이 DVD의 스페셜 피처에 잘 나와 있다. 영화감독이 추구했던 창작과정을 강의참가자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다. 책을 통한 문화적 소통을 하고자하는 문화봉사단의 문화콘텐츠 만들기는 예술창작과정과 같아야 성공할 수 있다.
강의의 마지막 부분은 총128분의 영화 중 8분을 선택하여 보여주었다. 글을 모르는 여주인공을 위해 테이프로 녹음하여 10여 년간 읽어준 책읽기 과정이 8분에 압축되어 있다. 2시간의 강의가 끝난 후 참가자 몇몇 분으로부터 감동적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듣고 싶은 단어였다. ‘감동’. 감동만이 우리를 변하게 한다. 모든 예술장르를 학습으로만 배워왔던 세대들에게 문화적 감수성은 없었다. 예술가들의 창작행위과정에 담긴 문화적 감수성 따라 하기가 문화인이 되고자 하는 우리들이 지금 학습해야할 대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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