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호 한국무역협회 대전충남지부장 |
그리고 충청도 특유의 완곡한 표현인 알았슈, 됐슈라는 의미를 처음에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혼란을 겪은 경우도 많았다.
대전의 상징인 대덕연구단지는 30여개 각종 연구소와 2만명이 넘는 우수한 연구인력을 갖추고 있어 기초연구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를 응용한 사업화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경제의 근간인 기업을 육성하지 못하면 미국과 함께 초강대국으로 세계 최고의 기초과학 수준을 자랑하던 러시아처럼 외화부족 및 고물가 등으로 나라 전체가 고통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도 1970년대, 합판 및 신발산업 등으로 호황을 누렸지만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 등으로 공장이 옮겨가면서 산업공동화 현상이 발생하고 지가상승으로 도심개발이 발목을 잡히는 도심공동화 현상 등으로 발전속도가 다른 시도에 비해 뒤처지기 시작했다.
우리 대전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국 최대를 자랑하던 타올산업과 광학렌즈산업이 지금은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비싸진 땅값때문에 인근 금산이나 논산, 청원 등으로 탈대전하는 기업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많은 인구와 풍부한 자원, 넓은 영토가 경쟁력을 높이는데 유리하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작은 도시들이 오히려 강대국으로 발전했던 경우를 볼 수가 있다. 이태리의 베네치아는 6세기경 게르만족의 침략을 피해 바다의 갯벌을 메워가며 만든 도시이다.
하지만 농토도, 자원도 없는 베네치아는 그들의 강점인 조선 및 항해술을 발전시켜 유럽과 아시아를 이어주는 무역으로 경제적 번영과 지중해의 맹주를 차지했으며 인접한 피렌체 역시 유명한 메디치가의 금융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여 르네상스시대를 열었다. 말레이 반도 끝에 자리잡은 싱가폴 역시 자원이 부족하여 마시는 물마저 수입하지만 지리적 이점을 한껏 활용하여 자유무역지대로 경제대국으로 발전하였다.
지금도 총성없는 경제전쟁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G20정상회담을 유치하고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이 만세삼창을 외친 것은 전쟁에서 이긴 벅찬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십진법(1-10)시대인 아나로그 시대에서 스피드가 생명인 이진법(1과 0)으로 대표되는 디지털시대로 매우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과연 대전의 여유로움이 통할 수가 있을까? 의문이다.
하지만 출범 1년만에 최고등급인 A등급을 받은 대전테크노파크의 실적은 대전에 희망의 빛을 보여준다. 기초연구와 응용연구 결과를 사업화하고 이를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으며 또한 대전시와 인근 8개 시군이 상생발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G9 프로젝트 역시 대전의 경쟁력을 높이는 유용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대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나? 대전이 갖고 있는 비교우위는 무엇일까? 우리 모두가 고민하고 풀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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