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서점가에 따르면 대훈서적은 최근 둔산동 시청본점 등 사세확장을 위해 무리한 금융투자를 감행했지만 경기침체와 인터넷서점의 발달에 따른 매출감소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지난 8월 별세한 고(故) 김주팔 회장이 남다른 관심을 보였던 북한 책 수집에 20여억 원 이상의 자산이 묶여 있다는 점도 자금난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출판계와 서점가는 대훈서적의 내부사정도 원인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논리에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인터넷 서점의 활성화는 지역 서점이 경쟁력을 잃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들의 판매독점과 가격경쟁은 전국의 서점가와 출판사를 얼어붙게 만들었고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한 지역의 서점들은 줄줄이 문을 닫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5~6년 사이 지역에서는 세창문고를 비롯해 동국서림, 문경서적 등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문을 닫고 말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전지역에서는 52년 전통의 대훈서적을 비롯해 14년 전통의 계룡문고가 서점가의 명맥을 지켜왔던 것이 사실이다.
대훈서적이 대부분 서울지역 업체들과 거래를 했던 만큼 지역에서는 책 공급 도매업체 중 일부 거래처에만 타격이 예상되지만, 아무래도 타격이 큰 서울 지역에서 대전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지역 서점가에 장기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서점가 관계자는 “문제를 간단히 말할 수는 없지만 서점인들이 혁신도 부족했고 중소상인으로서는 거대한 경제논리를 이기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원인”이라며 “이제라도 경제논리가 아닌 책의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지역사회가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훈서적은 고(故) 김주팔 회장이 1957년 대전 선화동에서 개점한 뒤 중동점, 선화점, 시청점, 유성점 등 네 곳의 분점과 대학구내서점 두 곳 등을 가진 대전지역 최대 규모 서점으로 성장해 왔다./강순욱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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