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언복]‘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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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언복]‘불편한 진실’

[목요세평]표언복 목원대 사범대학장

  • 승인 2009-09-30 17:59
  • 신문게재 2009-10-01 20면
  • 표언복 목원대 사범대학장표언복 목원대 사범대학장
 내게 꼭 한 가지 드러내고 싶은 비밀이 있다. 모두들 쉬쉬하고 입 밖에 내기를 꺼리는 눈치이지만 그러나 이건 진실이다. 인구문제 말이다. 적정 수준을 넘어 가히 포화상태라 할 만한 처지에 돌입한 지 오래인데도 여전히 해산률이 줄어드는 현상을 걱정하는 것 말이다.

내 상식으로는 해산률이 떨어지는 현상은 반길 만한 일이지 결코 걱정할 만한 일이 아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구상에 살 수 있는 적정 인구는 17억 명이라고 한다. 지금 세계 인구는 그 네 배에 달하는 68억 명에 달한다는 것이 유엔의 보고이다.

다소 거친 용어이지만 ‘폭발적’이란 표현이 쓰이기 시작한 지도 벌써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T. R. 맬서스가 인구과잉이 초래할 지구촌 위기를 경고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백여 년 전의 일이다. 과잉인구가 인류위기의 주 요인임을 밝힌 로마클럽의『성장의 한계』가 출간된 것은 1972년의 일. 지난 달 21일에는 각계의 세계적 전문가들로 구성된 영국 왕립 학술원이 지금같은 추세대로라면 불과 40년 뒤인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는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110억 명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같은 인구 증가는 기후 변화를 가속화해 생태계를 파괴하고, 많은 나라가 빈곤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를 덧붙였다. 인구과잉과 이것이 불러올 인류사회의 위기에 대한 경고는 이제 민요가 되다시피 했는데도 불구하고 인구는 여전히 빠른 증가세를 멈출 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 터에 우리나라에선 해산률이 떨어진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어디에서나 해산률을 높이기 위한 논의들만 무성할 뿐, 그게 과연 최선의 선택인지를 따지는 성찰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들은 해산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지금 우리사회는 누구라도 해산률을 떨어뜨려야 된다고 했다가는 자칫 큰 봉변이라도 당할 것같은 분위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게 진실인가? 해산률은 자꾸 끌어 올려야 하고 인구는 계속 늘어나야 하는 게 진실인가? 그게 우리와 우리 후손들을 위해 최선의 선택인가?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는 정말 진지하게 이 문제를 따지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해산률이 떨어지는 현상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인구 감소가 노동력의 감소로 직결되어 경제 발전을 둔화시키며, 노인인구의 증대로 부양과 복지 부담이 커진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모두 진실이다. 계속하여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인간의 속성상 경제란 계속 키워가야 하는 것이지 성장을 멈추게 하거나 축소시킬 수 없는 것이란 주장도 옳다. 그러나 인구문제는 이제 삶의 질과 관련된 정도가 아니라 인류의 생존 자체와 관련된 문제임을 생각해 보라. 인류가 직면해 있는 모든 문제들이 근원적으로는 사실상 과잉인구로 말미암은 것이다.

생태교란, 환경파괴, 자원고갈, 식량위기 등. 발등의 불이 된 지구온난화 현상만 두고 보아도 자명한 일 아닌가. 대부분의 전쟁도 예외가 아니다. 인구의 감소로 인한 경제규모의 축소는 다만 불편과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지만, 인구과잉으로 인한 역기능현상들은 인류 공통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일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논리만을 앞세워 인구증가를 도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인구 증가와 그에 따르는 경제력의 신장은 불가피하게 엄청난 생태교란과 환경파괴를 초래한다. 그것은 오직 인간만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것이 전부이던 시절, 사람들은 경작할 만한 땅으로 족했지만 경제력이 커진 현대인들은 골프장도 갖고 자동차 경주장도 필요로 하고 있다. 인간만의 욕구충족을 위해 더불어 살아야 할 수많은 생명들의 삶의 터전이 무참하게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자연환경이 파괴된 가운데 인간만이 홀로 살아 남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인간의 인간만을 위한 문명은 그동안 너무 많은 자연의 희생을 강요해 왔다. 이제는 인간이 양보해야 할 차례이다. 당면해 있는 지구촌의 위기는 맨 윗자리에서 기형적 먹이사슬구조를 이루고 있는 인간의 책임이 절대적인 때문이다. 이 책임에는 무한한 절제와 인내를 필요로 한다. 범인류적 합의와 공조가 필요한 일인 만큼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상당기간 적지 않은 고통을 참고 이겨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피해 갈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앞선 경고들은 벌써 이 일이 선택이 아닌 필연임을 말해 주고 있다. 아이를 낳는 일은 인간의 역사를 이어가기 위한 필수적인 책무이며, 그런 만큼 분명히 미덕이지만, 모든 생명체 공동의 삶의 공간인 지구를 지켜 내는 일에도 인간은 가장 큰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 인구는 늘릴 것이 아니라 줄여야 한다는 것, 이건 불편하지만 일이지만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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