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못가도 마음만은 고향에...

  • 사회/교육
  • 미담

몸은 못가도 마음만은 고향에...

●추석이 서글픈 사람들

  • 승인 2009-09-30 17:19
  • 신문게재 2009-10-01 5면
  • 강제일.박수영 기자강제일.박수영 기자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다가왔다. 노랗게 익은 보름달을 보면서 친지들과 `이야기꽃'을 피울 생각에 벌써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추석 때 고향에 가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고향을 북에 두고 온 실향민, 경찰, 환자, 취업 준비생 등이 그들이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으로는 친지와 함께할 것이라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주말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때 59년 만에 꿈에 그리던 동생을 만난 장선숙(72) 할머니.

장 할머니는 1·4 후퇴 때 인민군 징용을 피하려는 아버지 손을 잡고 고향인 평안북도 박천군 청용면 대화리를 떠나 남쪽으로 내려왔다.

피붙이를 반세기 만에 만난 기쁨도 잠시, 불과 수 시간 거리에 고향을 두고 돌아서야 했던 올해엔 더욱 가슴이 쓰라리다.

장 할머니는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 때면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며 “아직도 내 마음속에는 고향은 동생과 뛰어놀던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동생들로부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하루빨리 통일이 돼서 어머니 산소에 성묘 가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다”며 간절한 마음을 내비쳤다.

민생치안을 책임진 경찰도 고향을 못가는 이가 많다. 공주경찰서 신관지구대 유선종 경장은 이번 추석연휴 근무 일이 잡혀 있다.

유 경장은 “명절에는 시민들이 고향으로 내려가서 빈집이 많다”며 “이 틈을 타 절도범들이 기승을 부릴 수도 있어 더욱 세심히 근무를 해야 한다”고 의젓함을 보였다. 그는 이어 “부모와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해 아쉽지만 나 때문에 시민들이 안전한 추석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고향에 가고 싶은 심정은 병석에 누워 있는 환자들도 마찬가지다. 말기 신부전증에 당뇨가 겹쳐 신장투석과 치료를 받으며 대전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 중인 김 모(58)씨 심정이 이렇다. 김씨는 “제사도 지내야 하고 형제들도 봐야 하는데 이렇게 투석을 받고 있으니 마음이 아프다”며 “어서 나아 선산에 벌초도 가고 형제·자매 조카들과 한데 모여 정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도 고향으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직도 취업을 못했냐는 따가운 시선이 두려워서다.

5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박 모(30)씨는 “다음 추석에는 반드시 시험에 합격해 가족과 친지들에게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다짐했다. /강제일·박수영 기자 kangjei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2.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3.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4.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5.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