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추석 때 고향에 가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고향을 북에 두고 온 실향민, 경찰, 환자, 취업 준비생 등이 그들이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으로는 친지와 함께할 것이라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주말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때 59년 만에 꿈에 그리던 동생을 만난 장선숙(72) 할머니.
장 할머니는 1·4 후퇴 때 인민군 징용을 피하려는 아버지 손을 잡고 고향인 평안북도 박천군 청용면 대화리를 떠나 남쪽으로 내려왔다.
피붙이를 반세기 만에 만난 기쁨도 잠시, 불과 수 시간 거리에 고향을 두고 돌아서야 했던 올해엔 더욱 가슴이 쓰라리다.
장 할머니는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 때면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며 “아직도 내 마음속에는 고향은 동생과 뛰어놀던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동생들로부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하루빨리 통일이 돼서 어머니 산소에 성묘 가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다”며 간절한 마음을 내비쳤다.
민생치안을 책임진 경찰도 고향을 못가는 이가 많다. 공주경찰서 신관지구대 유선종 경장은 이번 추석연휴 근무 일이 잡혀 있다.
유 경장은 “명절에는 시민들이 고향으로 내려가서 빈집이 많다”며 “이 틈을 타 절도범들이 기승을 부릴 수도 있어 더욱 세심히 근무를 해야 한다”고 의젓함을 보였다. 그는 이어 “부모와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해 아쉽지만 나 때문에 시민들이 안전한 추석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고향에 가고 싶은 심정은 병석에 누워 있는 환자들도 마찬가지다. 말기 신부전증에 당뇨가 겹쳐 신장투석과 치료를 받으며 대전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 중인 김 모(58)씨 심정이 이렇다. 김씨는 “제사도 지내야 하고 형제들도 봐야 하는데 이렇게 투석을 받고 있으니 마음이 아프다”며 “어서 나아 선산에 벌초도 가고 형제·자매 조카들과 한데 모여 정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도 고향으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직도 취업을 못했냐는 따가운 시선이 두려워서다.
5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박 모(30)씨는 “다음 추석에는 반드시 시험에 합격해 가족과 친지들에게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다짐했다. /강제일·박수영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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