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무형문화재 제11호 아산 연엽주(蓮葉酒) 기능보유자 최황규(66)씨는 3남 2녀를 두고 있지만 큰며느리에게만 술 빚는 비법을 전수했다.
물론 최 씨도 시어머니로부터 연엽주를 제사상에 올리고 음복만 할뿐 다른 곳에 쓰면 안 된다는 당부와 함께 은밀히 배웠다.
아산 연엽주는 아산 외암민속마을의 예안 이씨 문중에서 5대째 이어지는 가양주(家釀酒·집에서 만드는 술)로 왕실비서감을 지낸 이득선(최 씨의 남편)씨의 5대조 이원집에 의해 치농(治農)의 기록에 따라 1850년부터 빚기 시작했다. 시어머니와 맏며느리 사이에 비밀스럽게 전하는 이 술은 언행을 삼가고 목욕재계를 하고 의복단장한 후 술 빚기에 들어가는데 술 빚는 좋은 날짜와 시간, 술독을 놓는 방위까지도 살펴야하며 술을 뜰 때까지 술독이 있는 방에는 종부만 출입이 가능하다.
지금도 이 원칙을 지켜 밤이슬을 맞은 누룩이 촉촉해지고 인적이 드문 새벽녘에 대문을 걸어 잠그고 술을 빚는 최 씨는 “연엽주는 일반 가양주와 달라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온도를 일정하게 하며 쌀을 100번씩 씻을 정도로 깨끗하고 정성스럽게 빚는 술”이라며 “여러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들면서 빚게 되면 부정을 타 술맛이 나빠진다”고 말했다.
임금에 진상하던 약주였기에 집안에서도 제주로만 사용되었고 종부에게만 전수되어 온 연엽주는 누룩을 숙성시켜 술이 만들어지기까지 우리 전통의 발효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항아리 1~2개 분량의 소량만 주조한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은 술들이 인기를 얻고 기계화로 대량생산해 수익을 올리는데 반해 최 씨와 남편 이 씨는 옹고집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전통기법을 고수하는데 이 씨는 “연엽주는 술 빚는 사람의 지극한 정성과 기운으로 태어나는 술인데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약주를 후대에 전승하는 것만으로 종손으로서의 역할을 다한 것”이라며 “술 빚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본 딸과 둘째 며느리에게도 절대 못 만들게 한다”고 말했다. /임연희·동영상=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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