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역 중 중심에 위치한 연기군 남면 양화리에서 만난 80세의 한 촌로는 이같이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축소'를 노골화 시키고 있는 가운데 고향을 내준 예정지역 주민들의 추석 민심은 싸늘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 민속명절 추석을 앞두고 연기군 남면 진의리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 주민들이 시간이 흐를 수록 정부의 수정에 대한 불안감속에 한숨만이 깊어가고 있다./김상구기자 |
이곳 주민들은 고향에 살고 있지만, 언제 떠나야 할지 몰라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살고 있던 집과 논·밭을 사업 시행사인 토지공사에 많지 않은 보상금을 받고 모두 내줬기 때문이다.
현재 시세의 2%인 임대료를 내고 농사를 짓고 생활을 근근이 이어가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갈팡질팡하는 정부의 행정도시 건설 정책에 불만을 쏟아냈다.
주민 임헌린(67)씨는 “정부에서 행정도시를 건설한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축소니, 수정이니 하면서 갈팡질팡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원안대로 하지 않을 거면 원상복귀 시키고 우리가 살고 먹던 땅을 모두 내 놓으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양화리 이장 임붕철(58)씨는 “2006년에 마을 전체의 토지가 모두 수용되면서 주민들은 비싼 임대료를 내고 농사를 짓고 살고 있다”며 “내년에는 농사를 짓게 할지, 언제 나가라고 할지 몰라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살고 있는 주민들 대부분이 갈 곳이 없는 등 이주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다”면서 “특히 선산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해도 타지역에서 잘 받아주지 않고 수천만원대의 돈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이곳에서 태어나 30대에 남편과 사별했다는 임예순(81)씨는 “보상금 받은 돈을 자식들한테 모두 주고 없다”면서“딱지(입주권) 값만 기대하고 있었는데 행정도시가 안 올 거란 소문에 그것도 휴지조각이 돼가고 있다”고 푸념했다.
옆 마을인 진의리 주민들도 정부의 불확실한 추진의지에 분노하고 있다. 진의리 주민들은 사업 전 100가구 넘게 오순도순 살다가 현재 60여가구만 남아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주민 김준철(78)씨는 “땅이라고는 집밖에 없다. 그것도 정부에 다 내주고 보상금을 조금 받았는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금마저 뚝 끊겼다”며 “올해가 여기서 보내는 마지막 추석이 될지 모르지만 행정도시를 건설하려고 했으면 제대로 건설하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주민 임헌구(73)씨도 “정부에 조상대대로 물려 내려온 터전을 빼앗기다 못해 헌신짝처럼 내 팽개치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올해 추석은 최고로 쓸쓸한 명절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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