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에서 찾은 새로운 도전

  • 문화
  • 공연/전시

'엽기'에서 찾은 새로운 도전

[릴레이인터뷰]이인희 작가는?

  • 승인 2009-09-29 14:59
  • 신문게재 2009-09-30 11면
  • 박은희 기자박은희 기자
`물고기 비늘, 돼지 껍질, 옷과 식물의 재, 돼지 뼈.' 독특하다 못해 엽기적이기까지 한 이것들은 한 화가의 작품 소재들이다.

▲ 이인희 작가
▲ 이인희 작가
독특한 소재들에 유독 묘한 매력을 느낀다는 이인희 작가. 지역 화단을 넘어 중앙 화단에서 주목하고 있는 그를 만나기 위해 월평동에 있는 작업실을 찾았다. 그의 작업실은 두 공간으로 나뉘어 있었다. 한 곳은 그의 작은 갤러리로 물고기 비늘로 만든 물고기 조형물, 비늘 모양이 인쇄된 옷, 돼지 뼈 등을 갈아 만든 와인병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다른 한 곳은 돼지 껍데기를 가늘게 잘라 실처럼 만들어 뜨개질해 만든 드레스가 창가 옆에서 위엄한 자태를 뽐내고 있으며 그 옆에 대형 화폭 3개가 연이어 파노라마 형태로 작업이 한창이다.

-작품에 쓰이는 소재가 남다른 이유는.

▲처음부터 독특한 소재를 사용했던 건 아니다. 소재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다른 작가들이 느껴보지 못한 것들로 작업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다양한 소재들을 고민했던 것 같다. 예술작품을 식상하게 다가가면 생명력이 짧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자꾸 새로운 것에 대해 도전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독특한 미술 소재거리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나?

▲물고기 비늘을 구하려고 식당을 찾았는데, 식당 주인이 의아해 하며 가리킨 곳이 쓰레기통이었다. 거기엔 비린내 짙은 비늘들과 핏빛으로 물든 내장들, 아가미, 끊긴 지느러미가 다른 쓰레기들과 뒤범벅 돼 있었다. 설마 그것을 가져갈까? 주인은 생각한 듯한데, 난 너무도 기뻤다. 아마도 시골에서 자란 나에게는 물고기를 사랑했던 마음이 남아있었 것 같다. 쓰레기통에 나뒹구는 물고기를 보고 난 유년시절 내 손아귀에 쥐어졌던 작은 물고기를 떠올렸던 것 같다.

-이미 죽은 물고기 비늘 등으로 작업하는 이유는?

▲버려진 물고기 비늘은 생명력과 육체를 빼앗겨 더는 반짝이지 않으며 지독한 냄새와 핏빛으로 물든 쓰레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난 그 상실과 죽음 앞에 치유와 삶이라는 자그마한 명목으로 버려진 그들의 피부를 이식하는 작업을 한다. 물고기 비늘을 깨끗이 씻고, 썩히고, 말리고 하는 작업을 몇 주, 그리고 하나하나 핀셋으로 골라 다른 육체에 가지런히 비늘을 붙인다. 이런 행위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반복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물고기의 상실과 죽음에 대한 위문공연 같은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버려진 물고기 비늘은 죽음을 의미하지만 다시 작품의 소재로 쓰여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어지는 치유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최근 하는 작업들은?

▲`수면공간', `치유의 공간'이라는 주제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수면공간은 죽은 것도 살아있는 것도 아닌 중간 단계에 대한 해석이며, 치유의 공간은 새 삶을 살아가기 위해 거쳐가야 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물고기 비늘이 프린트된 옷을 입고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공간에 서 있는 나 역시 치유해야 할 공간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이런 표현을 위해서는 공간, 회화, 사진, 설치 등 다양한 표현기법이 사용된다. /박은희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3.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4.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5.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3.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4.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5.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