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봉근 원자력연 핵융합공학기술개발부장 |
이러한 에너지 생성 원리를 지구상에서 인위적으로 재현하려는 핵융합 발전은 인공태양으로 불리운다. 핵융합은 플라즈마 상태에서 이루어지는데, 플라즈마란 아주 높은 온도에서 전자와 핵이 분리된 채 고루 섞여 분포된 상태를 가리킨다. 핵융합 발전은 초고온 상태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플라즈마를 강제로 결합시키기 위해 중력 대신 자기력이나 관성 등을 이용해서 높은 밀도로 가둬 양전기를 띤 원자핵들이 전기적 반발력을 이기고 융합하면서 에너지를 발생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핵융합 발전의 연료는 바닷물에 풍부한 중수소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지역편중이 없어 국제적인 갈등을 유발치 않아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유지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전망이다. 또한 온실가스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등을 발생시키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핵융합 반응은 강제적으로 일으키는 반응이기 때문에 제어에 실패하더라도 즉시 반응이 중단되는 근원적인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핵융합 기술은 첨단과학, 극한기술 및 원자력기술이 복합된 종합기술로 다양한 분야에 파급효과를 창출해서 관련 산업의 기술 발전과 기술인력 확보 및 양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핵융합 에너지를 지구상에서 생산하려는 노력은 1920년대 말 원자의 구조와 별의 에너지원을 밝히려는 기초적 의문에서 시작, 1950년대에는 선진국들이 나라 별로 비밀리에 다양한 핵융합 물리 이론연구와 실험 연구를 수행하기에 이르렀다. 1990년대에는 유럽연합과 미국 등이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연료로 핵융합 에너지를 실험적으로 생성함으로써 핵융합 에너지의 활용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실증했다. 이와 함께 1988년부터는 핵융합 기술의 공학적 검증을 위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건설을 유럽연합, 일본, 러시아, 미국, 중국, 한국, 인도 등 전 세계 인구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연구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말 핵융합 연구를 시작, 1990년대까지 소형 토카막 연구장치들을 이용한 실험 연구를 통해 선진국을 뒤쫓아 가며 국내 핵융합 연구의 기반을 조성했다. 이를 토대로 1996년부터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인 KSTAR의 건설을 추진, 지난해 첫 플라즈마 운전을 달성했다. 2003년 6월부터 ITER 국제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앞으로 30년간 수행할 국가핵융합 에너지 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핵융합 에너지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핵융합은 실용화 가능성과 시점에 대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년 간 빠른 기술적 성장을 보여왔고, 여러 나라가 연합한 대규모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공학적 난관들을 극복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핵융합 에너지 기술개발이 기초과학적 단계에서 공학기술 개발 단계로 진입함에 따라 필연적으로 원자력 기술과의 융합이 중요한 요소로 대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50년 간의 노력의 결과 세계 6대 원자력 강국으로 꼽힐 만큼 높은 원자력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핵융합 발전 연구를 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원자력 관련 첨단 연구 시설과 기술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한정된 연구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향후 핵융합 에너지 원천기술 보유국의 위치를 확보하고 미래 에너지 및 환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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