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하]샌프란시스코의 별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완하]샌프란시스코의 별

[기고]김완하 시인·한남대 문창과 교수

  • 승인 2009-09-27 13:37
  • 신문게재 2009-09-28 21면
  • 김완하 시인·한남대 문창과 교수김완하 시인·한남대 문창과 교수
아직도 우리 가족이 머물고 있는 이곳 월넛크릭(Walnut Creek)은 한낮이면 에어컨을 틀어야 할 정도로 덥다. 월넛크릭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호두가 많이 나는 곳이다. 그래서 이곳의 한인들도 호두나무 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호두나무 골이라고 부르고 나면 한결 정감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미국의 지명은 자연물과 지형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김완하 시인·한남대 문창과 교수
▲ 김완하 시인·한남대 문창과 교수
낮에 화씨 81도가 넘어가면 더운 까닭에 79도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에어컨을 작동시킨다. 그래도 땀은 잘 나지 않는다. 무덥지 않기 때문이다. 습도가 낮아서 불쾌지수가 높지 않은 것이 좋다. 햇빛 속에 서면 따가울 정도로 빛이 강렬한데도, 그늘 속에만 서면 서늘하게 바람 기운을 느끼기도 한다. 모든 나무들은 키가 크기 때문에 높은 곳에서부터 땅으로 그늘을 드리워 그 사이로 흐르는 바람이 온도를 낮추어 주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해가 지고 나면 기온은 낮아지고 시원하다. 이곳은 일교차가 커서 아침이나 저녁으로는 긴 팔의 옷을 걸쳐야 한다. 바닷가 쪽으로 갈수록 기온이 낮아지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반드시 긴팔 옷을 입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이곳의 사람들은 언제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옷을 다 꺼내놓고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서 입는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다. 이곳은 공기가 맑기 때문에 너무 상쾌한 기분이 든다. 하루종일 창문을 열어두어도 먼지가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밤이 되면 하늘에는 별이 뜨기 시작한다. 우리가 머무는 아파트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면 하늘에 가득한 별들이 보인다. 나는 자주 어둠 속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윤동주 시인처럼 별을 세어본다. 그러다 보면 내가 여러 편의 <별> 연작시를 쓰던 1990년대 초반을 떠올리게 되어서 가슴이 설레기도 한다. 한국에서 보던 북두칠성은 이곳에 그 위치가 다르게 걸려 있다. 한국에서는 하늘 중앙 쪽으로 있었던 것 같은데 이곳에서는 서쪽으로 조금 낮게 떠 보인다. 그러나 그 일곱 개의 별들만은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보름날 밤이면 둥근 달이 하늘에 걸려서 그야말로 추석을 연상시킨다. 근년에 들어와서 추석이 되어 꼬박꼬박 고향에 갔다 오곤 했어도, 언제 한번 하늘의 달을 보며 가슴 크게 펴고 심호흡을 했던 적이 있었나를 생각해보았다. 그러고 보니 별다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밝은 달빛이 사방을 비추고 고요하게 밤이 열리니 마음 그득히 풍요가 쌓이는 듯하다. 그것은 아마 내가 이곳에 있기에 한국의 고향에 갈 수 없다는 마음이 달빛을 더욱 더 절실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까닭일 것 같다.

요즈음 저녁때는 작은 아들과 근처에 있는 잔디구장에 가서 축구를 한다. 아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축구부 선수를 모집하는데 아들이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왕 신청을 했으니 결과가 좋아야 하지 않겠냐며 아들의 축구연습을 도와주고 있다. 아들과 공을 주고받다가 잠시 쉬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 구석 저 구석에 굵고 잔 별들이 빼곡하게 박혀 있다. 그것은 마치 누군가 하늘 밭에 별을 뿌려놓아 그 별들이 이제 막 싹을 틔우는 것 같다. 하늘 구석마다 어둠을 일구어 별빛을 심어 놓은 듯하다. 푸른 잔디밭 위로 쏟아지는 별빛은 너무 포근한 것이어서 잔디에 누우면 별들이 내려와 덮어줄 것만 같다.

일주일이 지나면 추석이다. 내가 그동안 군대를 가서 보냈던 두 번의 추석을 빼고는 고향에 가지 못한 때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득이 샌프란시스코에서 고향을 생각하고 그 추억이나 되새기며 추석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이제 비로소 한국의 하늘이 보이고 그곳에 떠오른 보름달이 보인다. 뒷동산에 훤히 내걸린 추석 보름 달빛을 안고 마을의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거북놀이를 하던 어린 때가 생각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5.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