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역의 한 사립대를 졸업하고 대전의 유통업체에서 짐 운반작업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정모(28·중구 문화동)씨는 추석을 앞두고 어깨가 축 늘어져 있다.
불과 몇년 전에만 해도 명절하면 고향에 있는 친구와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렘으로 가득했지만, 최근에는 명절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 씨는 “대학 4년 동안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계시는 부모님의 도움(등록금)을 받으며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부모님 뵐 면목이 없어 자꾸만 작아지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대전의 한 연구원에 근무하다 지난 여름 계약기간 만료로 현재 실업자 신세인 이모(여·30·동구 가오동)씨도 마찬가지 처지.
미혼인 이 씨는 “노처녀다 보니 집에 가면 `빨리 시집가라'는 말도 부담되고, 직장 없이 놀고 있어 고향 친구들 보는 것도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가운데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한편 최근 노동부가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고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비정규직법 시행 후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는 전체의 36.8%에 그쳤고, 계약종료로 해고된 근로자는 37.0%에 달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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