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하고픈’ 청춘들의 열정과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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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하고픈’ 청춘들의 열정과 감동

■페임 감독: 케빈 탄자로엔. 출연: 애셔 북, 케이 파나베이커, 케링턴 페인.

  • 승인 2009-09-24 18:06
  • 신문게재 2009-09-25 12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
 뉴욕예술학교는 ‘예술 하고픈’ 지망생들에겐 꿈의 학교다. 가수 마르코, 배우 제니와 조이, 피아니스트 드니스, 힙합꾼 빅터, 댄서 앨리스와 케빈, 반항적인 DJ이자 래퍼 말릭, 연출가 네일등이 입학해 첫 학기를 맞았다. 넘치거나 부족한 재능으로 갈등하던 이들은 졸업을 향해 한발씩 나아간다.


 개그콘서트 한민관의 어투를 빌면, “그렇게 예술하고 싶냐, 예술하고 싶어?”다. 그라면 “연락해!”라고 하겠지만 영화는 다르다. “명성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지”하고 점잖게 타이른다. 영화 ‘페임’이다.

 앨런 파커의 1980년 작 ‘페임’은 뮤지컬 영화의 고전으로 꼽힌다. 뉴욕예술학교 ‘예술 하고픈’ 학생들의 도전과 경쟁을 뮤지컬로 담은 이 영화는 아카데미 주제가상가 음악상, 골든글로브 주제가상을 받았고,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TV 시리즈로 제작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아이린 카라의 노래 ‘페임’은 7080세대들의 귀엔 아직도 생생하다.

 2009년 ‘페임’은 원작에 현대적인 감각을 새로 입힌 29년만의 리메이크다.
 그 사이 세상은 참 많이 변했다. 청년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카세트 플레이어는 MP3로 대체된 지 오래다. ‘솔 트레인’을 보며 춤을 배우던 20대 청춘들은 뮤직비디오와 MTV, 대형콘서트에 열광하는 세대로 대체됐다.

 케빈 탄자로엔 감독은 그런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음 직하다. ‘페임’은 담는 그릇일 뿐.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세계 투어를 연출하고 미국 TV 프로그램 ‘넥스트 푸시캣 돌스’의 일부 에피소드와 ‘댄스 라이프’ 등을 연출한 그의 경력을 잠깐 들춰봐도 영화 스타일이 짐작될 것이다.

 새 ‘페임’은 작심하고 현대 관객의 입맛에 맞춘다. 학생들의 사연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던 원작의 춤과 노래 장면과 달리 새 ‘페임’은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다. 마치 공들여 연출한 뮤직비디오나 대형공연을 보는 듯하다. 펑펑 터지는 화려한 공연장면에도 갈수록 지루해지는 건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원작의 느낌이 살아 있는 장면이 없는 건 아니다. 젊은 예술가들이 구내식당을 비트박스와 랩, 노래, 춤, 탭 댄스, 클래식 악기가 어우러지는 공연장으로 만드는 장면은 잠들었던 온몸의 감각을 깨우고,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원작과 가장 다른 점은 극중 인물들이 겪는 세상살이다. 앨런 파커의 인물들이 거친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잡초 같은 느낌이었다면 탄차로엔의 인물들은 월트디즈니 속 세상을 사는 것 같다. 진정한 아티스트로 성장하길 고대하는 예술학교 학생들의 분투는 성장통의 생채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담백하고, 이를 다듬는 솜씨 역시 MTV 스타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작위적이란 건 관객들이 영화 속 인물들과 동화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영화의 흥이 스크린 밖으로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발을 구르고 어깨를 들썩이고 싶어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은 끝내 무안해진다. 잘 만든 뮤직비디오 이상의 감흥이 없는 탓이다.

 아이린 카라가 불렀던 주제곡 ‘페임’은 여성 그룹 3LW 출신의 나투라 노튼이 힘있는 가창력으로 소화했고, 재즈의 거장 조지 거쉰의 ‘섬원 투 왓치 오버 미’는 팝그룹 브이 팩토리의 멤버인 애셔 북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연기자라기보다 가수나 모델 출신의 신예들이 즐비한데, 특히 앨리스 역의 케링턴 페인은 미국 TV 프로그램 ‘유 캔 댄스’에서 열여덟 나이가 무색하게 톱10까지 오른 타고난 댄서다. TV시리즈 ‘페임 L.A’의 안무가로 에미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마거릿 데릭스가 안무를 도맡아 온갖 장르를 망라한다./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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