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같은 여인, 불꽃처럼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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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같은 여인, 불꽃처럼 사랑했다

■불꽃처럼 나비처럼 감독: 김용균. 출연: 수애, 조승우, 천호진, 최재웅.

  • 승인 2009-09-24 18:03
  • 신문게재 2009-09-25 12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
 밤에는 자객으로 낮에는 뱃사공으로 살아가던 무명은 어느날 배에 탄 민자영을 본 후부터 사랑의 감정으로 끓어오른다. 왕의 배필로 간택된 자영이 궁에 들어가고. 대원군을 찾아간 무명은 목숨을 건 시험 끝에 황후의 호위무사가 된다. 무명은 그녀의 눈물이 보일 때마다 목숨을 걸고 싸운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이하 ‘불꽃나비’)은 야설록 작가의 동명원작부터 ‘무협’의 운명을 타고난 영화다. 그럼에도 김용균 감독은 ‘무협멜로’가 아니라 ‘멜로무협’이라고 강조한다. 무협보다 멜로에 방점을 찍은 영화라는 이야기다.

 명성황후는 왜놈 자객에게 “내가 조선의 국모다”라며 의연하게 맞섰던 지엄한 국모로 우리에게 각인돼 있다. ‘불꽃나비’는 민자영이란 이름을 가진 한 여인으로서의 명성황후를 그린다. 여기에 자영을 사랑하고 죽음으로 지키려하는 남자가 등장한다. 전형적인 멜로다. 명성황후의 비장한 죽음도 당연히 분노보다는 슬픔으로 그려진다.

 ‘불꽃나비’는 슬픈 멜로에 사극 액션, 풍성한 볼거리 등 추석대목에 관객들을 불러 모을 대작 영화로서의 미덕을 고루 갖췄다. 우포늪이나 신두리 해안사구 같은 서정적 촬영 장소들은 신선하고 푸르스름한 어둠을 병풍 삼아 나룻배 위에서 펼쳐지는 첫 액션은 극 초반 화려하게 눈길을 끈다.

 그러나 ‘불꽃나비’는 너무 욕심을 부린다. 사람의 감정도, 액션도, 컴퓨터그래픽도 과잉이다.

 영화는 자객 무명이 자영을 보고 왜 사랑의 감정으로 끓어오르는지, 왜 자영에게 목숨을 걸게 됐는지 말을 아낀다. 그러니 ‘목숨 건 사랑’은 집착에 가깝게 비쳐진다. 궁에 들어가기를 두려워하는 자영의 모습에서 어렸을 때 눈앞에서 죽어간 어머니의 두려워하는 모습을 떠올렸다는 설명은, 심한 비약이 아닐까. 사랑의 낭만을 강요하는 듯한 음악이 감정의 과잉을 더한다.

 극 초반을 장식하는 무명과 대원군의 오른팔 뇌전과의 수상 와이어 액션과 3D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진검 대결은 꽤 인상적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멋을 부린 흔적들은 화려한 액션 신에서 실감을 앗아갔다.

무명이 대원군 1만 군사와 대결하는 광화문 전투는 과장이 지나치고, 액션장면 마다 사용되는 과도한 CG장면과 물고기 및 나비의 등장 등은 눈에 거슬린다. 잔뜩 힘을 준 사극 특유의 무겁고 유장한 대사는 CG를 과도하게 사용해 가볍게 보이는 검술 장면과 제대로 섞이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과잉 멜로라인과 과도한 액션 신이 그다지 매끈하게 봉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데 어울려 극을 다채롭게 이끌기보다는 어지럽게 충돌하면서 서로의 활력을 오히려 경감시킨다.

 이야기의 착상과 소재들이 너무 좋았던 탓인지, 아니면 비주얼, 멜로, 리얼리티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다는 제작진의 지나친 욕심 때문인지 정작 스토리는 길을 잃고, 중심축인 주연배우의 감정선 또한 곳곳에서 끊긴다.

 수애는 황후를 나비처럼 우아하게 표현할 기품을 갖췄다. 조승우는 멜로의 로맨티시즘을 불꽃처럼 짜릿하게 연기할 줄 아는 연기자다. 과잉의 영화에서 이들의 연기는 묻혀버렸다.

 사랑이란 한 가지만 생각하고 돌진하는 단순하고 평면적인 무명은 그렇다 치자.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과 수심으로 가득한 민자영의 모습을 매력적이라고 여길 관객이 얼마나 되겠는가.

 액션을 줄이고 대신 스토리 전개에 집중했다면 더 나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불꽃처럼 뜨거운 액션은 있지만 나비처럼 우아하게 다가오는 사랑의 감정은 없고, 나비처럼 우아한 볼거리는 있어도 불꽃처럼 화끈한 스토리와 긴장감이 없는 ‘불꽃나비’가 되어버렸다./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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