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렇게 익은 벼를 수확하기 시작한 농부들의 입에서는 흥겨운 노래 가락 대신 한숨이 먼저 새어 나온다. 떨어진 쌀값 때문이다.
충남 농협과 농민회 등에 따르면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80kg 햅쌀 가격은 15만원을 밑돌고 있다. 이는 지난 해에 비해 10~20%가량 떨어진 수치다. 쌀값 하락 폭이 크지 않다고 볼 수도 있지만 1년 내내 오른 농재자와 비료값을 생각하면 농민들이 체감하는 수준은 심각하다.
정모(54·예산)씨는 “농자재와 비료 가격은 매년 오르는데 쌀값은 오를 기미가 없다”며 “수확을 마쳐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될 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기업들도 고민에 빠졌다. 경기는 서서히 회복 기미가 보이고 있지만 자금의 원활한 순환을 기대하기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추석 전 충남도에 경영 안정 자금 지원을 신청한 기업이 지난 해 70여개에서 올해 100여 개 업체로 크게 늘었다. 지원금도 지난 해 144억원에서 올해는 220억원으로 확대 지급됐다. 덕진산업 유영인 과장은 “설과 추석 명절이면 기업들은 직원 상여금 등을 지급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한데 올 상반기 실적이 안 좋아 경영자금 지원을 신청했다”며 “조금씩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고 있지만 아직은 서민 경제에까지 영향이 미치기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민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소비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곳곳에서 추석 선물 구입 비용을 축소하는 등 지출을 줄이는 서민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충남도청에는 지난 21일부터 이틀동안 직거래 장터가 마련됐지만 거래량은 많지 않았다. 참여업체들은 20~30%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에 나섰지만 실망만 했다. 일부 업체는 판매가 저조해 하루만에 철수했다.
한 참여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다보니 추석 선물도 안 주고 안 받으려는 소비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시우 기자 jabd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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