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미술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작품 세계를 몰두해 온 이들의 인생 여정과 예술 혼을 느껴볼 기회이기도 하다.
‘마음의 행로’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롯데화랑이 지역 미술의 분야별 원로작가 김철호, 남철, 임봉재, 조평휘 등 4인을 초청한 화랑의 기획전으로 다음 달 7일까지 함께 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원로작가들은 지역에서 창작활동에 몰두하며 개개인의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하고 있는 작가들로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대거 선보인다.
1925년 충남 연기 출생인 김철호 작가는 대전공업학교를 졸업하고서 독학으로 미술에 입문, 중등교원 검정고시를 통해 미술교사의 자격을 취득해 미술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대전지역 미술의 시발점이 된‘충남미술협회’의 결성 및‘녹청회’등의 단체에서 활약한 대전미술의 1세대 작가이며 최초의 고등학생 미술 동인인 루블미술동인전을 지도하기도 했다. 1971년 제1회 충청남도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72년에는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공로자에게 주어지는 충남문화상을 받았다.
그의 화풍은 사실에 기조를 둔 자연주의적 화풍으로 지역의 풍경을 부드러운 색감과 잔잔한 터치로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청암 남철 작가는 1936년 대전에서 태어나 62년 서울대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했다. 61년 재학 중 국전(현 대한민국미술대전)에 특선하면서 촉망받는 젊은 작가로 등단했다. 82년 설립된 충남대 문과대학 미술학과의 학과장으로 부임한 이후 대전에 정착, 예술대학의 초대 학장, 예술문화 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94년에는 프랑스파리 국립 8대학 조형학부 교환교수를 지냈으며 황조 근정훈장과 대전시 문화상 등을 수상, 현재 충남대 예술대학의 명예교수로 있다.
그는 등단 무렵부터 순수한 추상작업을 지향했다. 조각에서 추상이 등장한 것이 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초반에 걸친 시점으로 그는 추상조각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그의 작업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용접을 이용한 철조 작업은 내용뿐 아니라 재료의 선택에서도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봉재 작가는 1933년 충북 옥천 출신으로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수료하고 대전으로 내려왔다. 50~60년대 대전지역의 초기미술을 교사들이 주도했던 시기에 교사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과 본인의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 73년 충청남대 미술대전 대상과 함께 충남도 문화상을 받았으며 충남미술협회의 운영위원과 한국미술협회의 충남 지회장을 역임했다.
또 대전시립미술관의 초대 관장으로 재임하며 대전시립미술관의 발전과 어울러 지역 미술의 정체성 확립에도 크게 공헌했다.
그의 화풍은 한국사람의 서정적 정서나 인체 등을 평면적으로 재구성해 화면을 색면으로 나타내며, 구상과 반구상(반추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운산 조평휘 작가는 1932년 황해도 출신으로 전쟁을 피해 남쪽으로 피난해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76년 목원대 교수로 대전에 정착한 이후 30년이 넘게 거주하면서 후학 양성과 꾸준한 작품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14회 개인전을 비롯해 94~95년 목원대 미술대학 학장, 2001~2005년에는 운보미술관의 초대관장을 역임했다.
청전 이상범과 운보 김기창에 사사한 그는 한국적 정서에 어울리는 산수경뿐 아니라 현대적인 다양한 표현 양식과 기법 등을 두루 익혀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통해 깊은 계곡과 암벽, 폭포 등 우리 산하의 웅대한 정취를 그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재창조하고 있다.
롯데화랑 손소정 큐레이터는 “지역 미술 1세대를 통해 앞으로의 대전미술의 향방을 가늠해 보고 또한 발전의 기회를 삼고자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며 “시민들의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은희 기자 kugu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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