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과 교수 |
첫째, 효율성의 객관적 측정이 어렵다. 효율성에 대한 개념적 이해는 비교적 간단하다. 이를 측정함에 있어서 분모인 비용 투입은 화폐적 지출이 수반되기 때문에 비교적 용이하다. 그러나 분자인 성과는 계량화하기 어렵고 향후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 측정이 어렵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운찬 총리 후보자는 무슨 근거로 세종시 건설이 비효율적이라고 단정하는가? 학자로서 다른 주장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와 객관적 자료를 밝혀야 한다.
행정기관이 분산되면 공무원들이 자주 서울로 출장 와야 하기 때문에 대단히 비효율적이라는 말도 대단히 근시안적이다. 기존의 서울 중심의 사고로 보면 다시 서울로 가야 하지만 분권화가 진행된 시대에는 얼마든지 행정도시에서 대부분의 일이 처리될 수 있다. 우리 보다 훨씬 땅이 넓은 미국, 호주 등 다른 나라에서 행정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모르고 행정수도를 만들었겠는가? 디지털 시대에 아직도 일일이 서류를 들고 다니면서 결재를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날로그적 발상도 한심하다.
둘째, 효율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다. 효율성은 단일의 명확한 목표를 전제로 하여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적 성격이 강하다. 즉 효율성이라는 말에는 그 자체로서 옳고 그름의 가치 판단이 배제되는 개념이며, 목표를 달성함에 있어서 합리적 수단의 선택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세종시 건설은 국가의 균형발전이라는 국민적 염원을 바탕으로 여야가 합의하여 시작된 것이다. 2005년에 행정도시 건설에 관한 특별법이 만들어졌고. 이미 5조원 이상의 사업비가 투입되었고 기반사업의 25% 정도가 완성되었다. 여기에 행정의 효율성이라는 하위가치를 들이대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상위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논리적 오류이다.
셋째, 정부와 기업은 다른 목표와 운영원리를 갖고 있다. 자유로운 경쟁을 추구하는 기업은 효율성이 최고의 가치이다.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기업이 시장 경쟁에서 승자가 된다. 정부는 다르다. 국가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목표가 다르고 이해관계가 상충된다. 따라서 이들 복수의 목표를 조정하고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곳에는 형평성(equity)이 더욱 큰 가치가 된다.
세종시 건설은 건국 이후 반세기 이상 계속되어 온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전국이 골고루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역사적 정당성을 갖는 사업이다. 또한 행정도시 건설은 혁신도시와 기업도시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며, 국가의 균형발전이라는 형평성을 달성하려는 전략적 과제이다.
세종시 건설이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은 너무 자의적이고 단세포적인 발상이며, 정부와 시장의 역할을 혼돈한 데서 오는 몰이해를 들어내고 있다. 시장의 잣대로 보면 단기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세종시 건설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역사적 과업이다. 또한 국가는 특정 계층과 지역만이 아닌 전체 국민들을 배려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전체 국민들을 배려하지 않는 정부는 이미 공화국이 아니며, 존재해야 할 근본적 이유를 상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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