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문제, 피의자 인식 및 홍보부족 등 제도정착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불거지면서 `있으나 마나' 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999년 내부지침으로 피의자 신문 때 변호인이 참여토록 했고, 2007년에는 관련 내용이 형사소송법에 명시됐다.
현행 형사소송법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또는 변호인, 배우자 등의 신청에 따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을 피의자와 접견하게 하거나 신문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는 일선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08년 6월까지 충남경찰청 피의자 신문 시 변호인 참여 현황은 고작 37건에 불과하다.
연간 형사사건 검거인원이 만여 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변호사 참여율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실제 충남청 연도별 변호인참여 비율은 ▲2005년 0.01% ▲2006년 0.03% ▲2007년 0.02%로 1만 명당 1~3명만 변호사 조력을 받는 셈이다.
대전청도 이러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7년 7월 개청 이후 현재까지 대전청에서는 단 7건만 변호사가 입회해서 경찰 조사가 이루어졌다.
대전 및 충남경찰청은 2008년 7월 이후 현재까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변호인 참여는 손에 꼽을 만하다고 밝혔다.
변호인 참여가 저조한 이유는 무엇보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다.
사건별로 차이가 있지만, 변호사 수임료는 통상 300만~500만원 가량으로 경찰조사 단계부터 조력을 받으면 그 비용은 더욱 비싸진다.
수 시간 동안 계속되는 조사 전 과정에 변호사가 온 종일 피의자 옆에 붙어 있을 수 없는 것도 현실적인 어려움이다. 경찰 조사 이후 검찰조사, 재판 등이 이어져 경찰 조사부터 굳이 변호인을 선임할 필요가 있느냐는 일부 피의자의 인식부족도 변호인 참여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률적 지식이 부족한 피의자가 신문과정에서 자칫 진술 강요 등 인권 침해 소지가 발생할 수도 있어 제도 정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대전지방변호사회 김두헌 변호사는 “제도는 마련돼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제도가 정착되지 못해 아쉽다”며 “피의자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변호사 참여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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