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유동인구만 수 만여 명에 달하는 곳에서 생활하고 있는데다 보건당국의 체계적인 방역 대책 또한 미비하기 때문이다.
20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내 노숙인은 160여 명으로 이 중 쉼터 생활자가 90여 명, 나머지 70여 명은 거리에서 지낸다.
이들은 일정한 거처없이 대전역 광장 등지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콘크리트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잠을 청하는가 하면 노점상이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 등을 뒤적거리기 일쑤다.
실제 기자가 대전역에서 만난 거리 노숙인들은 신종플루 예방에 가장 중요한 손 씻기가 생활화되지 않은 듯 손톱 밑에 때가 득실했다.
이들의 출입이 잦은 대전역 1, 2층 화장실에는 다른 곳에선 이미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액체 손 세정제도 마련돼 있지 않다.
신종플루 마스크도 있을 리 없다.
소속 기관에서 예방교육을 체계적으로 받고 있는 쉼터 노숙인과는 달리 거리 노숙인이 신종플루 감염 우려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거리 노숙인 10명 중 2명 이상은 호흡계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신종플루 감염 우려를 더욱 높이고 있다.
오로지 이들이 의지할 수 있는 곳은 공중보건의가 배치돼 일주일에 3번 정기진료를 하는 대전역 인근 `희망진료소'일 뿐이다.
희망진료소 관계자는 “진료 시 (거리 노숙인)병력을 청취하고 체온측정 등을 해 의심 환자는 거점병원으로 인계해 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아직까지 의심환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희망진료소를 자발적으로 찾아야 가능한 일인데 하루 방문자는 10~20여 명에 그치고 있다.
서울시가 이달 중순 거리 노숙인 700여 명을 대상으로 신종플루 점검행사를 하고 마스크까지 나누어 준 것을 감안하면 대전시의 적극적인 노력이 아쉬운 대목이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은 “신종플루 확산과 관련해 거리 노숙인이 가진 잠재적 위험성을 고려할 때 이들은 취약계층으로 분류, 별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IAC, 전국체전 등 큰 행사 신종플루 대책에 치중, (거리 노숙인 대책 등) 세부적인 사항까지는 직접 챙기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동구보건소와 희망진료소를 최대한 활용,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해명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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