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희]위장전입, 주민등록, 인구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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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희]위장전입, 주민등록, 인구통계

[금요논단]전광희 충남대 교수

  • 승인 2009-09-17 19:06
  • 신문게재 2009-09-18 20면
  • 전광희 충남대 교수전광희 충남대 교수
 이번 개각에서도 인사청문회를 시작하기도 전에 민일영 대법관, 정운찬 총리, 이길남 법무, 임태희 노동 후보자의 위장전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물론, 한나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기 때문에, 낙마할 개연성은 크지 않지만, 이명박 정부가 위장전입 정권이라는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 전광희 충남대 교수
▲ 전광희 충남대 교수
 주민등록법의 제37조는 위장전입, 곧 주민등록에 관한 거짓의 사실을 신고한 것에 대해서는, 3년 이하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위장전입은 사실로 드러나서, 양형규정을 최대로 적용하면, 결코 가벼운 범죄은 아니다. 그러나 위장전입이 형사적 처벌을 받은 경우는 희귀하며, 대부분이 벌금형에 그치고, 그것도 벌금액수는 100만 원 이하가 대부분이다. 특히 고위공직자들은 용케 잘 피하다가 공소시효가 지나면서 면죄부를 받는다.

 주민등록법은 1962년 5월 10일 공표돼 작년 말까지 수차례의 개정을 거쳤다.
 제정 당시 북유럽의 주민등록제도를 본받은 것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북한의 간첩을 잡기 위해 만들었다는 주장이 있었으며, 지금도 주민등록과 부수된 지문제도가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랫동안 북유럽은 주민등록이나 여타 행정자료를 통계작성에 이용해 왔다. 특히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은 1980년대부터, 최근에는 중부유럽의 독일과 아시아의 싱가포르와 이스라엘이 자국의 주민등록과 개인 고유번호를 고리로 하여 인구분야는 물론 대부분 국가통계를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통계를 만들기 위해 인구주택 총조사를 한다. 이 조사는 일제강점기 시대에 시작해 지금까지 국민을 1 대 1로 면접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온 조사이며, 내년이면 그 역사는 무려 85년에 이른다.

 통계청은 2015년부터는 조사표에 의거, 국민 전체를 하나하나 현장 실사하는 현행의 인구주택 총조사가 아니라, 주민등록과 건축물대장과 같은 행정목적의 공적장부로 고리로 해 새로운 인구주택 총조사를 실시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유는 현재의 5년 주기보다 인구통계를 빈번하게 작성하고, 개인의 응답부담과 사생활 간섭을 줄이며, 대규모 통계조사의 비용을 덜어 주기 위한 것이다.

 일차적 목적이 인구와 주택을 누락이나 중복 없이 정확하게 조사해야 하는만큼, 위장전입은 고위공직자가 땅 투기, 자녀입학, 아파트 분양, 복지수급 등을 이유로 실제 거주지와 주민등록 주소의 괴리가 생겨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2007년 당진군은 도농복합형 도시에 필요한 최소인구 5만 명을 충족하기 위해, 5개월 동안에 1만 2,000명의 주민을 위장 전입시켰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이 사건의 주모자인 군수를 벌금 500만 원에 약식기소하고, 부하직원은 기소 유예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출산장려제도를 시행하는 농촌의 시군으로 주민등록을 옮겨서 출산 후 베이비 보너스를 받고 달아나버리는 부부도 있는가 하면, 군사비행장 소음피해의 배상금을 받기 위해, 비행장 주변의 가짜 주민이 되는 일도 있다.

 내년 지방선거 때면, 이해당사자들이 자신과 가족의 주소를 자신의 선거구로 위장 전입시키는 일이 적지 않을 것이다.

 통계청은 국가통계기관으로서, 위장전입은 포함해 실제 거주지와 주민등록 주소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려고 각종 통계조사의 결과를 이용,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현재 연구 성과에 의하면, 주민등록자료가 현행의 인구주택 총조사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근접하고 있지만, 그 품질이 북유럽의 복지국가나 싱가포르의 주민등록대장과 같은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

 우리나라가 통계적으로 선진국이 되려면 주민등록이나 여타 행정자료의 이용을 극대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 법률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위장전입과 같은 통계결과를 왜곡하는 문제를 최소화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인구조사에서 국민이 특히, 상층의 고위공직자 후보들이 위장전입과 같은 고의적 방법을 동원해 주민등록제도나 다른 행정제도의 핵심요소를 망가뜨린다면, 아무리 세련된 통계적 방법을 구사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악마를 소탕하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주민등록은 국가의 핵심 행정자료로, 앞으로 인구통계는 물론 대부분 국가통계를 만드는 원천이 된다.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로서 행정자료를 정비해 새로운 통계작성 방법을 시도하려면, 무엇보다도 위장전입과 같은 일상적 거주지가 아닌 다른 곳에 사는 것으로 신고한 사람들이 자기가 실제로 사는 장소에 신고할 수 있도록, 주민등록법의 주소지 관련규정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현행 민법의 주소를 두 개 이상 둘 수 있는 관련 규정과 일치하도록 주민등록제도의 주소지 등록방식을 개선해 지역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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