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영 백석대학교 교수 |
나의 친정아버지께서는 올해로 91세이시다. 아버지는 아직도 내년을 기약하며 과일나무를 기르신다. 가족들은 아버지가 하시는 일을 말린다. 이제 일 좀 그만 하시고 편하게 쉬시라고 권유를 하지만 절대 일을 멈추지 않으신다. 어제도 과일나무 주변에 잡초와 벌레가 많다고 약을 줘야 한다면서 농기구를 만지다 손가락이 다쳐 병원에 입원하시게 되었다. 가족들은 모두가 화가 났다. 그만하라고 했는데 왜 자꾸 일을 하시냐며 핀잔을 주었다. 하지만 나의 아버지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자식들 이야기를 듣지 않으실 고집쟁이 이시다. 그리고 끝까지 일을 하실 분이시다.
나의 남편은 나에게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고 한다. 일을 너무 많이 한다고 한다. 난 내가 일을 많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아마도 난 일을 좋아하며 피로를 즐기는 것 같다. 피곤하지 않은 날은 에너지가 남아 잠을 자지 못한다. 노곤한 상태에서만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난 바쁜 하루 보내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한 후 가족들과 TV를 보며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남들은 아버지보고 노인이 쉬지 않고 일을 너무 많이 한다고 뭐라 하지만 난 아버지를 이해 할 수 있다. 아버진 일자체가 친구이다. 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과일나무들을 자식처럼 기르신다. 올해 아버지의 농사는 우리에게 과일을 선사하실 것이다. 고구마도 심으셨다고 하셨다. 아버지 나이는 91세지만 마음은 20대 청춘이시다. 덱스터 예거의《성공을 부르는 30가지 습관》중에서 이런 말이 있다.
“만약 여러분이 꿈꾸기를 멈추고 더 이상 원하는 것이 없이 편안함을 느낀다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 꿈이 멈추는 것이 아닙니다. 꿈이 멈추는 순간부터 나이가 드는 겁니다. 그러니 끊임없이 꿈에 투자하십시오.”
꿈을 멈추는 순간 우리는 늙고 죽어가 것을 의미한다. 꿈과 이상은 죽는 순간까지 놓지 말아야 한다. 꿈이 사라지면 존재의 의미도 사라진다. 사람은 죽어도 꿈은 죽지 않는다. 꿈은 다음세대 희망이기도 하다. 아마도 나의 아버지는 100세가 되어도 101세를 기대하시며 또 다른 과일나무를 심으실 분이시다. 난 아버지가 쉬셨으면 좋겠다가도 그냥 아버지의 의지를 존중하기로 했다. 아버지에 있어 일은 기쁨이자 꿈이다. 다음세대 우리에게 맛있는 과일을 주고 싶으신 것이다.
수확의 계절인 가을 모두가 바쁜 시간들이다. 모두가 풍성한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년을 기약하면서 새로운 계획을 설계해보자. 천고마비의 계절 푸르른 창공을 바라보며 나의 멋진 꿈을 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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