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영]일과 꿈...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제영]일과 꿈...

[중도춘추]김제영 백석대학교 교수

  • 승인 2009-09-17 19:04
  • 신문게재 2009-09-18 20면
  • 김제영 백석대학교 교수김제영 백석대학교 교수
가을의 문턱에 서있는 나의 모습을 바라본다. 아침 5시30분부터 하루가 시작된다. 기상과 더불어 출근준비를 한 후 아이들을 깨우고 학교에 보낸다. 출근은 7시20분이 된다. 직장이 먼 관계로 운전시간 1시간 20분은 나에게 하루준비를 생각하는 시간이다. 차안에서 전화도 한다. 간단한 아침과 커피도 차안에서 하게 된다.

▲ 김제영 백석대학교 교수
▲ 김제영 백석대학교 교수
신호에 걸리면 화장도 한다. 그러는 동안 직장에 도착함과 동시에 하루일과가 시작된다. 준비된 일과들을 제한된 행동반경 안에서 시간에 쫒기며 바쁘고 정신없이 보낸다. 규칙적인 일 외 기타업무들이 기다린다. 급한 일부터 처리하지만 가끔 중요한일도 잊은 채 시간에 쫒긴다. 일 이외에 사적인 약속은 거의 하지 못한다. 친구들과 만나 커피한잔을 못한다. 동료들과의 다정한 담화조차 나눌 수 없다. 가족 간의 여행도 할 수 없다.

나의 친정아버지께서는 올해로 91세이시다. 아버지는 아직도 내년을 기약하며 과일나무를 기르신다. 가족들은 아버지가 하시는 일을 말린다. 이제 일 좀 그만 하시고 편하게 쉬시라고 권유를 하지만 절대 일을 멈추지 않으신다. 어제도 과일나무 주변에 잡초와 벌레가 많다고 약을 줘야 한다면서 농기구를 만지다 손가락이 다쳐 병원에 입원하시게 되었다. 가족들은 모두가 화가 났다. 그만하라고 했는데 왜 자꾸 일을 하시냐며 핀잔을 주었다. 하지만 나의 아버지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자식들 이야기를 듣지 않으실 고집쟁이 이시다. 그리고 끝까지 일을 하실 분이시다.

나의 남편은 나에게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고 한다. 일을 너무 많이 한다고 한다. 난 내가 일을 많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아마도 난 일을 좋아하며 피로를 즐기는 것 같다. 피곤하지 않은 날은 에너지가 남아 잠을 자지 못한다. 노곤한 상태에서만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난 바쁜 하루 보내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한 후 가족들과 TV를 보며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남들은 아버지보고 노인이 쉬지 않고 일을 너무 많이 한다고 뭐라 하지만 난 아버지를 이해 할 수 있다. 아버진 일자체가 친구이다. 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과일나무들을 자식처럼 기르신다. 올해 아버지의 농사는 우리에게 과일을 선사하실 것이다. 고구마도 심으셨다고 하셨다. 아버지 나이는 91세지만 마음은 20대 청춘이시다. 덱스터 예거의《성공을 부르는 30가지 습관》중에서 이런 말이 있다.

“만약 여러분이 꿈꾸기를 멈추고 더 이상 원하는 것이 없이 편안함을 느낀다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 꿈이 멈추는 것이 아닙니다. 꿈이 멈추는 순간부터 나이가 드는 겁니다. 그러니 끊임없이 꿈에 투자하십시오.”

꿈을 멈추는 순간 우리는 늙고 죽어가 것을 의미한다. 꿈과 이상은 죽는 순간까지 놓지 말아야 한다. 꿈이 사라지면 존재의 의미도 사라진다. 사람은 죽어도 꿈은 죽지 않는다. 꿈은 다음세대 희망이기도 하다. 아마도 나의 아버지는 100세가 되어도 101세를 기대하시며 또 다른 과일나무를 심으실 분이시다. 난 아버지가 쉬셨으면 좋겠다가도 그냥 아버지의 의지를 존중하기로 했다. 아버지에 있어 일은 기쁨이자 꿈이다. 다음세대 우리에게 맛있는 과일을 주고 싶으신 것이다.

수확의 계절인 가을 모두가 바쁜 시간들이다. 모두가 풍성한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년을 기약하면서 새로운 계획을 설계해보자. 천고마비의 계절 푸르른 창공을 바라보며 나의 멋진 꿈을 그려보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5.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