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헌오 동구 부구청장 |
며칠 전에는 우리 민족의 정형시요, 겨레의 문화가 담긴 가사인 시조(時調)의 백일장이 열렸다. 대전광역시가 1985년부터 이를 계승하기 위해서 매년 열고 있는 시조 짓기에 전국에서 500여명이 참여했다. 국내에서 가장 깊은 역사를 가진 전통시조 백일장에 참여인원이 이렇게 빈약한데는 이유가 있다. 시조는 신라의 향가로부터 그 연원을 찾아볼 수 있는 민족시가인데, 일제강점기에 끈을 잃어버리고 말아 교수들이나 국어 교사들이 대부분 시조를 학생들에게 가르치지 못하기 때문에 공부하고 참여하는 학생들을 확보하는데 한계를 가지는 것이다. 정형시의 뿌리를 가꾸지 못하는 사람들이 한국문학을 가르치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나 비정하게 느껴진다.
올 추석명절에도 많은 사람들이 운전을 하고 고향에 갈 것이다. 옛날에는 운전하시는 분들을 보고 ‘일부 기름밥을 먹는 사람들은 좀 억세고 말을 거칠게 한다’는 오해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멋진 세단을 타고 세련된 교양과 낭만적인 연기를 보이는 배우를 보면서 부러워 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즈음 운전을 하다보면 상식을 잃어버린 운전자들이 길 가운데 담배꽁초를 상습적으로 버리고, 운전이 서투르신 어른들을 보고 욕설을 서슴치 않는 분통터지는 일들도 비일비재하다.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상식과 교양을 다 잃어버린 것이다.
역사학자들은 고서를 탐독하고, 땅속에 묻힌 매장품들을 엄청난 비용을 들여 발굴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오늘의 우리 사회는 선배들이나 어느 전임자들의 공적을 정리해놓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실질적인 현대사는 실종되고 한 장의 준공식 사진 속에 숨겨질 뿐이다. 완성은 시작으로부터 고비 고비 고뇌와 땀이 점철된 끝에 이루어지는 이벤트임을 헤아리지 않는 것이다. 이 같은 악순환은 관성을 받아 지속적으로 가속되고, 역사속의 진실은 위선의 함정 속에서 위장당하고 말 것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추석명절을 앞두고 조상들의 묘소를 돌보고 음덕을 기리기 위한 이동으로 주말교통이 많이 밀린다. 명절은 사랑의 축제이다. 가족과 친지뿐만 아니라 돌아가신 조상님들도 사랑의 대상이 되는 것이니 정(情 )이 많은 우리 민족의 전통을 이어가는 미풍양속인 것이다. 그러나 정을 잃어버린 자리도 혼재되어 있으니 망각과, 무관심과, 오해와, 증오를 빌미삼아 사랑해야 할 사람들을 버려두는 때가 많다. 그같이 잃어버린 사랑의 자리를 찾아 마음을 할애하는 명절이 된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우리가 잃어버려서는 안 될 일들은 가을하늘의 별보다도 많아 보인다. 분명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성과 배려가 필요하다. 가보(家寶)로 보존되어오던 소중한 유물이 무자격자에게 불로소득이나 안겨주고, 민족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할 훈도들이 되찾아야 문화유산들을 방치하고,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들을 스스로 자행하는 부끄러운 사람이 되며, 정직하게 기록되어야 할 역사들이 묻히고 왜곡되는 경우, 사랑과 정분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가는 허무함을 막아 서보자.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 바로세우기 위해 힘쓰고,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물려주기 위해서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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