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안읽어 책벌레가 없으며, 책에 벌레가 날 정도의 책을 가지고 있지 않아 책벌레가 없다는 중의적 의미의 광고 내용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독서에 부담을 갖는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데는 큰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 박옥진 다문화가족사랑회 회장. 대전목련로타리클럽 회장 |
우리나라 사람들의 월평균 독서량은 0.8권으로 한권이 채 되지 않는다. 한달에 한권의 책도 읽지 않는 것이다. 빠르게 결정되고 빠르게 지나쳐지는 것들에 익숙한 문화의 탓일지, 공부에만 집중된 환경 탓일지, 사람들은 책이 주는 귀한 선물을 놓치고 만다. 책이 주는 색다른 경험의 세계와 생각이 주는 느린 톤의 두런거림들, 무한한 상상력을 일깨우는 갖가지의 표현들을 사람들은 간과하고 있다. 사람은 책을 만들지만,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이다.
책이 좋은 이유는 책을 통해 생각을 키워갈 수 있다는데 있다. 눈으로 문자를 익히는 것 이상의 사고의 과정이 책 속에 있는 것이다. 책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왜 책을 읽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책읽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의 책과의 씨름이 싫다는 것이다. 그저 보이는 대로 보고 느끼는 것에 익숙해진 아이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하고 그 속에 모든 지식이 있는 것처럼 보여도 책을 읽고 사고하는 기본기가 없다면 세상이 정보로 가득 채워진다 해도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책읽기는 습관과 연관되어 있다. 어렸을 때 책읽기의 습관이 들지 않으면, 좀체로 책읽기에 재미를 붙이기가 어렵다. 강요된 책읽기가 아닌 스스로의 책읽기, 그것을 가르치는 일은 어쩌면 어른들의 몫일 수도 있다. 멀티미디어 방식의 교육이 좋아 보이긴 하지만, 아이들에게서 스스로 생각하고 알게 하고 느끼게 하는 재미를 앗아간다는데 필자는 큰 아쉬움을 느낀다.
읽고 쓰는 기본기가 철저했던 옛 수업에 대한 추억이 결국은 책 속에서 길을 찾게 하는게 아닌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생각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처음에는 힘들어도 맛을 들이게 되면 책을 읽는 깊이와 그 맛에서 헤어나기 어려운 것이다. 책을 손에서 떼지 않게 되고 책을 사고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며 책읽기가 가져다주는 풍요로움을 만끽하게 된다.
예전에는 그래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었다. 지하철을 타도 버스를 타도 낯선 거리의 긴 의자에 걸쳐 앉았어도 어느 한 사람쯤은 눈을 책에서 떼지 못하고 있었고, 그 모습이 정겨운 어떤 사람은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천만가지 표정은 족히 지녔을 것 같은 책읽는 사람의 얼굴. 그 아름다운 얼굴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
필자가 만나는 참 예쁜 다문화 이주 여성들이 있다. 한결같이 열심이고 한결같이 사랑스럽다. 엄마가 이 낯선 땅에서 걸음마를 시작하듯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들로 가득하다. 엄마가 우리말이 서툴기 때문에 아이들이 말이 늦어지고 그 출발의 뒤처짐이 늘 부족함으로 나타나는 것이 현실이다. 엄마를 대신하기는 어렵지만, 최선을 다해 엄마가 부족한 부분을 메꿔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책 읽어주는 선생님들. 동화를 읽어주는 사랑이 가득한 봉사자들이 더 많이 늘어갔으면 한다. 책을 읽는 일은 상대를 즐겁게 할뿐 아니라 내가 즐거운 일이다. 모두가 책벌레가 되기를, 책벌레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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