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오염 주범 하수·분뇨 30년만에 100% 맑은물로

하천오염 주범 하수·분뇨 30년만에 100% 맑은물로

<대전개시60년 그현장 그모습> 17.하수종말처리장ㆍ분뇨처리장

  • 승인 2009-09-16 14:18
  • 신문게재 2009-09-17 12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분뇨는 밭이나 논에 거름으로 줘야 한다? 생활하수는 하천에서 자연정화된다? 이런 법칙은 깨진 지 오래다. 1990년대까지 하천에서 생활식수를 끌어오던 대전시는 논과 밭에 뿌려진 분뇨와 그냥 하천으로 흘러든 생활하수에 골치를 앓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대전은 인구 150만에 육박하고 1970년대보다 많은 생활하수와 분뇨를 배출하고 있다. 하지만, 대전의 3대 하천은 시민들과 함께 있다. 여기에는 하수종말처리장과 분뇨처리장이 있기 때문이다.


▲ 하수처리시스템이갖춰지 기전 일부 생활하수가 흘러들어 오염된 갑천.
▲ 하수처리시스템이갖춰지 기전 일부 생활하수가 흘러들어 오염된 갑천.
▲하수관도 제대로 없던 때 악취 고생=6·25 전쟁으로 도시기반이 대부분 파괴된 대전시는 이후 도로·하수도 등 기반을 닦는 속도보다 이주민이 정착하면서 도시확산이 더 빨랐다. 전쟁을 피해 이주한 주민들이 대전 곳곳에 정착하면서 생활반경은 넓어지는 반면 기반시설 확충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던 것.

그중 대표적인 것이 하수관 시설이었다. 1971년 대전시 시정백서에는 “(대전이)지형적으로 평야지에 자연배수가 잘 안 되는 이유로 하절기 하수처리에 고통을 겪었다”고 기록돼 있다. 대전지역은 평야지대로 자연적인 배수가 어려운 지역이었다는 것.

1969년 기록을 보면 당시 대전지역에 하수도가 설치된 지역은 하수도시설 전체 필요량의 35.1%에 불과했다. 마을이나 거주지역으로 개발돼 하수도가 필요하지만 설치하지 못한 것이 261㎞(64.9%)에 달하며 이 지역에는 생활하수와 빗물이 섞여 도랑처럼 이곳 저곳을 흐르고 있었다.

생활하수가 하수관을 통하지 않고 흐름에 따라 악취는 물론 위생상 문제가 있었다. 또 비가 온 후 물 빠짐이 좋지 않아 한참 동안 진흙탕 길을 다녀야 하는 불편도 낳았다.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도 하수관 매설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였지만 인구증가에 따른 도시확장은 이보다 빨라 하수관 설치율은 좀처럼 높아지지 않았다. 1975년 하수도 총 계획 513㎞ 중 169㎞(33%)만 하수도 시설이 설치됐으며, 1992년에도 하수도 시설계획(총 2425㎞)에 68%(1654㎞) 설치율을 보였다. 하수도 보급률 99%를 달성하는 데는 2004년 하수도 보급률 95%를 지나 2006년 대전지역 하수관로계획 2559㎞를 모두 설치하면서 이룩할 수 있었다.

▲분뇨처리장 1977년 등장=사람이 모여들면 자연스럽게 인분도 쌓이는 법이다. 전쟁 후유증을 극복하고 상업이 발달한 대전지역에 인구가 급증하면서 과연 인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고민이었다. 그동안 논과 밭에 자연퇴비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1970년대 들어 도시화로 이마저 버릴 녹지가 부족했다. 또 1990년대까지 갑천 등 하천에서는 생활식수를 취수하던 시기로 들판에 버려진 인분은 그대로 하천으로 흘러들어 식수오염과 환경오염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 지난 2000년하루90만t 규모 하수처리 시설을 갖춰 배출량 전부를 정화하고 있는 대전하수종말처리장.
▲ 지난 2000년하루90만t 규모 하수처리 시설을 갖춰 배출량 전부를 정화하고 있는 대전하수종말처리장.
대전지역의 초창기 분뇨처리 방식은 수거한 분뇨를 큰 탱크로리에 쌓아두고 자연 침식시키는 방식인 듯 싶다. 1971년 시정백서에 “중촌동(1350㎘), 가수원(1800㎘), 회덕(1350㎘) 등 분뇨탱크가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지역에서 발생한 분뇨를 탱크로리에 잠시 보관하는 것으로 지금의 `분뇨처리'와는 개념이 다르다. 김홍선 전 대전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분뇨가 정화처리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당시 분뇨탱크라는 것은 분뇨를 잠시 저장해 자연정화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까지 보관하는 정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분뇨에 대한 `처리'는 1977년 11월 오정동에 하루 200t 처리규모의 분뇨처리장이 들어서면서부터다. 1975년까지 대전시 인구 47만여 명이 하루 572t의 분뇨를 배출해 이 중 일일 197t을 수거하는 상황이었다. 분뇨수거 차량 부족과 처리시설이 없어 나머지 분뇨(380t)는 자연처리 또는 자체처리하는 상황이었다. 분뇨에 대한 완전수거가 주요 현안일 수 밖에 없었다. 1977년 대전에 분뇨처리장이 들어선 이후 각 가정과 아파트단지에 있는 정화조 분뇨는 모두 이곳으로 모이게 됐다. 1984년에는 그 처리용량을 하루 300t으로 증설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분뇨를 처리하기위해 1990년 11월부터는 하수종말처리장과 연계해 오정동 분뇨처리장은 분뇨에서 이물질을 걸러 분뇨 전량을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 정화하고 있다.

▲1986년에 하수종말처리장 등장=1970년대 대전지역 하수도 보급률도 50%에 불과한 상태에서 생활하수를 정화하는 것은 감히 생각할 수 없었다. 지금처럼 가정에서 화학물질 사용이 많지 않던 시기 하천에서 생활하수를 자연정화하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가장 크게는 종말처리장을 만들 예산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72년 시정백서에는 “공장폐수를 한 하수도에 따로 배수해 종말처리장을 통해 배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현재 재정 빈약으로 이같은 종말처리장 시설은 요원하다”고 기록해 놓고 있다. 당시에는 주거지역 곳곳에 공장이 있던 시기로 종말처리장이 없던 만큼 공장폐수도 곧바로 하천으로 흘러들었다.

대전지역에 하수종말 처리장이 들어서 생활하수를 정화해 내보내기 시작한 것은 1986년 유성구 원촌동에 15만t 처리시설이 들어서면서부터다. 당시 생활하수 발생량은 기록은 없어 1993년 대전지역에서 하루 약 43만t의 생활하수가 발생했다는 기록에 비춰 가늠해 볼 수 있을 뿐이다. 당시 하루에 정화할 수 있는 하수처리율은 발생량의 35% 수준이었다. 대전서 발생하는 하수 중 65%가량이 그대로 하천으로 배출됐다는 것. 이후 대전시는 처리시설을 꾸준히 증설해 1994년 7월 2단계 15만t 규모 증설해 63%의 하수처리율을 보였다. 1997년 12월 3단계 30만t 규모를 다시 확장해 하루 60만t의 생활하수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인구증가 등의 이유로 생활하수 발생량도 늘어 1998년 하루 발생량은 69만t까지 늘어났다. 하수처리는 발생량의 88%가 처리됐다. 그리고 2000년 12월 4단계 30만t이 증축돼 하루 90만t 처리 규모까지 확장되면서 지역에서 발생하는 생활하수 전부를 처리하는 단계에 이른다.

▲ 갑천 생태체험 모습.
▲ 갑천 생태체험 모습.
▲분뇨처리장과 하수종말처리장의 미래=대전지역은 하수관련 시설은 필요한 모든 시설을 갖춘 상태다. 지금은 효율성 및 저공해와 겨루고 있다.

하수도는 99% 보급됐으며 이곳으로 배출되는 오·폐수 역시 100% 원촌동과 흑석동에서 정화 처리되고 있다. 대전지역의 인구도 많이 늘어나거나 줄지 않는 상태에서 시설확장보다 처리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먼저, 강화된 하수처리장 방류수 수질기준을 준수하고 하천수질을 개선하고자 유성구 원촌동 하수종말처리장은 지난 2005년부터 3년 동안 고도처리공법을 도입·적용했다. 모두 508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60만t 규모를 처리하는 고도처리시스템을 갖췄다. 덕분에 원촌동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정화된 하수는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가 기존 10ppm에서 20ppm까지 떨어지는 등 깨끗한 물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또 정부에서 추진하는 녹색성장에 맞춰 앞으로 강화될 기준에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대전시설관리공단 최장열 운영관리팀장은 “생활하수를 정화하는 데 화학약품 대신 미생물로 정화해 깨끗한 물로 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수관과 관련해 빗물과 폐수를 분리해 정화할 수 있는 분류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미 관저지구와 노은지구 등 새롭게 개발된 지역은 처음부터 빗물과 오수를 분류할 수 있는 하수관시설이 설치된 상태다. 시는 현재 하수관거사업을 추진하며 50%의 분류작업을 마친 상태다. 빗물과 오수의 분류작업이 끝나면 하수종말처리장은 정화가 꼭 필요한 하수만 정확히 정화할 수 있게 된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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