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2. 1972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도서의 해’ 기념 도서 전시회에 내놓을 작품을 찾던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 박병선박사에 의해 발견된 직지심체요절. 1377년에 충북 청주의 흥덕사에서 간행된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지금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특별 귀중본으로 열람조차도 엄격하게 통제되며 단독금고에 보관되고 있지만, 40여년 전만해도 일반 서가에서 먼지를 덮어쓰고 있었다.
▲ 박상덕 국가기록원장 |
최근 동의보감이 유네스코기록유산으로 지정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총7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등재수량으로 볼 때 우리의 세계기록유산은 아시아에서 첫 번째,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아 기록문화 강국으로 국가브랜드의 위상과 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희망근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국가기록원이 총괄하는 ‘내고장 역사찾기’ 사업이 지난 6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각 지자체별로 관청이나 기관에서 이미 보유하고 있는 기록물뿐만 아니라, 지역의 단체나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기록물 중 보존 가치가 높은 자료를 발굴·수집하여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지역 주민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다.
지금도 각 기관 단체나 문중 혹은 개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역사적 기록물이 곳곳에 산재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시사(市史), 군지(郡誌) 등 어떤 기관의 역사를 편찬하다 보면 그 근거가 될 기록에 대한 체계적인 소재 파악 및 보존 관리가 매우 허술하다는 것을 느낀다.
각 지자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우선 역사적 자료가 되는 기록물을 중점적으로 발굴·수집하는 이유다. 대상 자료는 내 고장 역사연혁, 역대단체장 관련 기록물, 새마을운동 또는 4H(청소년 사회교육운동)운동 등 지역발전 기록물 등이다. 이 밖에도 각종 중요 행사나 사업, 축제 관련 사진 및 홍보영상물, 지역 출신 유명인물, 사건·사고 관련 기록물도 포함된다.
현재 대전·충남지역에서는 대전시의 각 구청 및 공주·논산·서산시와 연기·당진·태안군 등이 이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대전시 유성구의 경우 문화원에서 제작한 ‘사라져가는 유성의 옛 마을 그들의 목소리를 듣다’라는 주민 영상자료 등을 발굴했다고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민간이 소장한 중요 기록물의 기증과 기탁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작은 움직임이 민들레 홀씨처럼 지역사회로 퍼져나간다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내 고장의 역사를 더욱 충실하게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말 내고장 역사찾기 사업이 완료되면 새롭게 발굴한 기록물은 디지털화 과정을 거쳐 통합적인 관리 및 검색이 가능하다. 따라서 지역사 편찬, 교육자료 등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온·오프라인 전시 등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내 고장의 역사를 풍성하게 보여주게 될 것이다. 이는 지역민의 소속감과 자부심, 애향심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된다.
내 고장 역사를 찾는 기록물의 발굴에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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