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호]순망치한의 교훈을 되새기며

[교육단상]남궁호 부여 궁남초 교사

　1988년 교직에 첫 발을 내디뎠을 무렵에는 학교 업무가 그다지 많지 않아서 학생들과 만남의 기회를 자주 가질 수 있었다. 여유 시간이 있으면 학생들과 함께 놀이와 농담을 하면서 즐겁고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가 있었다. 또한 가정 방문을 통해 학생들의 집안 형편도 어는 정도는 파악하여 학급 경영을 하였기 때문에 부모로서의 역할도 대신해 주기도 하였다. 요즘 강조되고 있는 멘토 역할을 교사가 자연스럽게 실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면서 교육계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 남궁호 부여 궁남초 교사

　정상적인 교육과정 수행의 일정 속에 해마다 증가하는 교육 정책에 대한 업무 추진을 위하여 교사들에게는 하루의 일과가 학교와 가정에까지 연중 일상생활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더군다나 학부모들은 자녀의 대학 입시에 초점을 두고 수업이 끝나면 대부분 학원으로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는 정이 담긴 관계는 점차로 사라지고 오로지 목적 지향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교육계가 아쉽기만 하다.

　금년 3월 새 학기 어느 날, 교무실에서 6학년 담임교사는 한 학생이 며칠간 학교에 나오지 않아서 가정 방문을 해 보아야겠다고 교감, 교장 선생님께 말씀드리는 것을 보았다. 그 후 학생의 가정 형편과 학교생활의 실태를 파악하면서 그 학생에 대한 담임교사의 관심과 사랑은 계속 되었고, 심지어는 교감 선생님께서는 손수 목욕탕을 데리고 다니면서 신체 청결까지 관심을 두시며 깊은 정을 나누어 주는 광경을 여러 번 목격하였다. 2학기 개학을 한지 얼마 되지 않지만 결석 학생은 학교에 잘 나오게 되었다. 그 학생은 예전보다 훨씬 밝은 모습으로 친구들과의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각박한 요즘 시대에 ‘순망치한’이라는 교훈을 주는 옛 말이 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라는 뜻으로 중국 노나라 때 지어진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오는 고사에서 유래한 사자성어이다.

　‘3월 초에 결석을 한 학생을 마냥 방관하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 그 학생은 어떠한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을까?’

　아마도 학교와는 계속 거리가 멀어지고 온전한 인격체로서의 성장에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교직자의 한 학생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사랑이 새로운 인생 진로에 나침반 역할을 대신해 준 것이다.

　오늘날 개인주의가 팽배해 있는 시점에서 어느 조직체에서든 ‘우리’라는 낱말이 간절히 요구되고 있다. ‘우리’라는 공동 의식이 갖추어진 그 직장이나 기관은 ‘나’의 이익에 앞서 상대를 먼저 이해하고 감싸주게 될 것이고, 약간의 사소한 시비가 있더라도 바로 해결하면서 공동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얼마 전 충남교육청에서 발송한 행복한 배움터 조성을 위한 ‘교육사랑 나누기 운동 계획’이라는 공문을 받아 보았다. 평소에 교육 현장에서 꼭 실천해야 할 내용들이다. 교육 사랑을 위한 참교육 실천에 조금 더 근접하려면 ‘순망치한’이 주는 고사성어의 교훈을 우리 교직자 모두가 함께 되새겨 봄직하다. 입술과 이가 원활한 상호작용에 의하여 우리의 건강을 유지해 주는 것과 같이 교육현장에서도 교육가족 모두가 서로 돕고,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마음이 우선 될 때 우리 나라의 교육계는 밝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