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민간 주도의 문화예술진흥 전담기구'를 표방하고 나선 문화재단의 설립과정이 시의 일방적인 주도 아래 이뤄진 점을 지적하며, `민의 반영'을 통한 공정성과 투명성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15일 일부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따르면 시는 발기인대회를 앞둔 지난 주 문화예술계 인사와 기업인, 법조인 등 특정 인사들에게 문화재단 창립총회 시 이사선임 관련 서류를 제출하도록 양식을 전달했다.
이 양식에는 해당 인사들의 개인 신상 관련 서류와 이사 승낙서, 창립총회 시 제출해야 할 서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시가 사전에 특정 인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이사선임 관련 서류를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문화예술계와 시민단체 인사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일반적인 조직구성 과정에서 이사선임은 발기인대회 이후 이사선임위원회 등을 거쳐 창립총회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들어, 발기인대회도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 선임 과정이 진행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화예술계 인사 A씨는 “아무리 급하다고는 하지만 이토록 민간의 의견이 무시돼서는 안 될 일”이라며 “발기인대회도 열리기 전에 시가 일방적으로 구성한 이사들이 승낙서를 받았다는 사실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화예술계 인사 B씨는 “이런 식으로 구성된 문화재단이 과연 민간 주도로 운영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이사 선임은 시가 문화재단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전시는 14일 발기인대회가 열린지 1시간30분 만에 창립총회를 열어 26명의 이사회를 구성하고 오후 5시께 신임 대표이사도 선임해 발표했다.
한 예술단체 간부는 “(시가) 일방적으로 이사회를 구성한 것은 향후 운영과정에서 잡음을 일으킬 소지가 크다”며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문화재단을 설립할 예산으로 시의 문화예술 관련 사업을 확대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고 비꼬았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이사 명단이 사전에 회자된 것은 (이사회 구성의)공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라며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합의되지 않은 이사회를 구성한 것은 일의 효율을 떠나 문화예술계를 사분오열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대전시는 지난 주말 일부 이사 명단이 예술계 인사들 사이에 회자되면서 문제가 제기되자 이들의 명단을 황급히 수정하기도 했다. /강순욱 기자 ksw@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