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창희 ETRI 기술전략본부장 |
IT에 대한 이러한 여러가지 논의에서 하나의 중요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즉, 그동안 소모전으로 치닫던 순기능과 역기능적 측면의 논의는 상당부분 완화되고 있는 반면 새로운 것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문제가 큰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 문제는 기존의 IT대 비 IT분야의 대결구도가 완화되면서 이제는 IT 내부의 분야별 정책기조의 우선순위로 논쟁의 초점이 옮겨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입안과 집행의 우선순위에서 IT가 여타 산업에 비해 소홀히 취급되어 오면서 IT대 비 IT간의 좁혀질 수 없는 간극이 어느 정도 완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IT내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대단히 경계해야 할 점이라 사료된다. 특히, 지난 2일 발표된 `IT 미래전략`은 기존의 IT 홀대론을 충분히 치유하고도 남을 만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IT분야의 결집을 전제로 할 때 IT의 역량과 지평의 확대가 충분히 의미심장하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미래의 네트워크에 대한 개념적 방향 설정이다. 미래 네트워크로 `만물지능통신망'이란 개념이 등장했는데, 이는 인간대 인간의 통신을 넘어 사물과 사물, 사물과 환경의 소통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는 듯하다. 이는 현재의 인터넷을 대체하여 진화하는 네트워크 개념으로 기존의 미국 주도 네트워크 체제하에서 진입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장비와 시스템 시장에서 새로운 시장진입 기회를 모색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둘째는 전산업과 융합하는 IT정책의 적극적 전개이다. IT는 이미 개인과 기업 조직, 정부와 사회 활동을 유지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응용되어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한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전산업과 융합하는 IT정책의 중점 추진은 기존의 IT대 비 IT의 대결구도가 아닌 상호 보완적 관점에서 추진됨으로써 전산업분야 경쟁력 제고와 IT의 역량 및 지평의 확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소프트웨어 파워를 증진시켜 나가기 위한 집중도다. 최근에 등장하는 산업용, 통신용, 사무용 기기나 시스템들은 모두 소프트웨어로 작동되고 있으며, 자동차 및 선박 등의 SW 비중도 점증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SW분야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발현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창출의 원동력인 동시에 대단히 노동집약적인 분야로 고용창출에도 크게 기여하는 분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SW산업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고급인력들이 종사하기를 기피하는 영역이 되어 버렸다. 차제에 발표된 SW에 대한 정책의 집중도는 IT 자체만이 아니라 전산업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대단히 의미있는 전략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제시된 미래전략은 실행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공허한 구호로만 남게 될 것이다. IT인들 모두가 일체적으로 IT분야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IT가 대한민국의 영원한 힘'으로 인정받은 지금 이제는 IT인들이 앞장서서 발표된 전략을 실천해 나가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IT와 비 IT분야간의 대결구도가 완화되고 있는 현재의 시점은 다시 한번 IT가 전산업 발전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발휘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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