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독극물 사건 `범인은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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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독극물 사건 `범인은 남편'

불륜관계 방해돼 아내·이웃 살해... 범행 4개월만에 드러나

  • 승인 2009-09-10 18:05
  • 신문게재 2009-09-11 5면
  • 김경욱.보령=오광연 기자김경욱.보령=오광연 기자
지난 4월 보령의 한 마을에서 독극물에 의해 주민 3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보령 의문사 사건'의 진실이 4개월 여만에 드러났다. 경찰이 지목한 피의자 이 모(71)씨는 피해자 중 1명의 남편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씨는 내연관계 유지를 위해 무고한 3명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나 주변을 경악하게 하고 있다.

▲경찰 수사결과=보령경찰서는 10일 안면도 꽃박람회를 다녀온 후 이웃주민과 부인에게 독극물을 탄 음용수를 먹게 한 이모(71)씨를 살인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4월 29일 오후 8시 30분께 보령시 청소면 자신의 집에서 독극물을 음료수에 타 부인 정모(71)씨에게 먹여 숨지게 한 혐의다. 또 이날에는 100 떨어진 곳에 사는 이웃주민 강모(81)씨, 강씨 부인 권모(79)씨에게도 피로회복제로 위장한 뒤 이를 먹게 해 살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이씨는 같은 마을에서 주점을 운영하던 여성과 내연관계를 유지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을 독살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씨는 현재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의 진실=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이씨는 사건을 공모한 4월 29일, 마을 주민이 단체로 안면도 꽃박람회에 관광을 떠나 마을 주민이 없는 틈을 이용해 이 같은 계획을 벌였다. 이씨는 강씨 부부 집에 독극물을 탄 피로회복제를 놓으면서 강씨 부부가 의심없이 독극물을 마시게 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나물 캐러 왔다가 안 계셔서 돌아가며 피로회복제 두어 개 놓고 가오. 다음에 들리겠소'라는 메모를 독극물을 넣은 피로회복제와 같이 남겨둔 것이다. 평소 알고 지내던 먼 곳에 사는 사람이 오서산(마을 근처)에 나물을 캐러 왔다 강씨 집에 들렀으나 아무도 없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독극물은 이씨가 서울에서 거주할 당시 친분이 있었던 이에게 `꿩을 잡아야 하니 청산가리가 필요하다'고 구입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공포의 4개월=경찰은 사고 직후 담당서인 보령서와 충남청 광역수사대 등의 수사요원을 동원해 해당마을에 수사전담반을 편성,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사고 직후 자살일 가능성은 희박하고, 외지인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작다고 판단해 내부로 수사망을 좁혔다.

하지만 사건이 풀리기까지는 그로부터 4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러야 했다. 이웃 간의 특별한 불화가 없었다는 점, 독극물의 유통과정 등이 수사에 난항을 겪게 한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당시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이 안면도로 관광을 갔기 때문에 수사망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피해자 집에서 나온 쪽지의 필체 등 수사를 연결할 개연성도 컸기에 빠른 수사의 아쉬움이 더욱 컸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은 서로 의심해 밖에도 제대로 돌아다니지 못할 정도로 공포와 불안에 4개월 넘게 떨어야 했다. /김경욱·보령=오광연 기자 dearw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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