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안나는 백혈병에 걸린 언니 케이트의 치료용으로 태어난 맞춤아이다. 아기 때부터 백혈구, 줄기세포, 골수를 언니에게 제공하며 살았다. 10대가 된 안나는 변호사를 찾아가 ‘몸의 권리’를 찾겠다며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한다.
“다들 실수로 태어난다. 나만 빼고. 난 맞춤 아기다. 언니를 살리려고 만들어졌다.”
조지 피콜트의 동명의 소설이 원작. 국내에는 ‘쌍둥이 별’이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백혈병에 걸린 언니를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맞춤아기. 그 맞춤아기의 부모고소사건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는 사회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맞춤아이라는 소재가 생명과 관련한 매우 민감한 소재이고, 특별한 상황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사랑의 본질이라는 보편적인 감성을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 뉴욕타임스는 베스트셀러 1위에 올려놓았다.
영화는 소설과 전혀 다른 결말을 준비했다. 소설에 비한다면 훨씬 말랑말랑한 결말이다.
“당신도 알다시피 난 절대로 아이를 죽게 내버려두지 않아. 절대로.”
카메론 디아즈는 제작사와의 인터뷰에서 “그야말로 엄마라는 이름의 전사(戰士)로 캐릭터를 해석했다”고 말했다. 아픈 딸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거는 가슴 절절한 모성애를 열연하며 삭발까지 하는 연기 인생 최고의 투혼을 보여준다. “절대로 아이를 죽게 내버려두지 않겠다”며 딸과 가족에게 자기만큼의 희생과 이해를 구하는 엄마 사라의 모습은 눈물샘을 자극한다.
“십 년 후에도 난 언니의 동생이고 싶어.”
부모를 고소한 안나는 시종일관 언니 케이트에게 깊은 사랑을 드러낸다.
영화는 겉으로는 화목해 보이지만 속은 썩어가는 한 가족의 균열을 담을 것처럼 시작된다. 한 아이의 삶의 질과 다른 한 아이의 삶의 존엄 사이에서 논란을 벌일 것도 같다. 하지만 역시 할리우드 영화다.
영화는 인물 간의 갈등과 모순, 복잡한 감정을 살짝 건드린 뒤 서둘러 가족주의로 봉합한다. 따뜻하고 일정 선을 넘지 않는 할리우드 식 휴먼드라마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만족할 만하다.
“미안해. 아프게 해서.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케이트는 엄마에게는 인생 전부를, 아빠에게는 첫사랑을, 오빠에게는 엄마를, 동생에게는 몸을 빼앗은 것 같아 늘 미안하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상처를 안고 있다. 영화는 엷은 미소를 띤 채 상처를 가볍게 어루만지고 스쳐 지나갈 뿐이다. 하나같이 이성적이고 사려 깊은 인물들은 문제를 일으키기는커녕 서로 화해하고 이해하며, 도회적 외모의 배우들은 세련된 연기로 이에 부응한다.
저 상황에서 정말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인물들의 말랑말랑한 태도.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다면 오버일까. 삽입곡처럼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곳’이 과연 천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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