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귀하에 대하여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중겸]귀하에 대하여

[시론]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 승인 2009-09-09 20:07
  • 신문게재 2009-09-10 21면
  •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후회하며 지냈다 한다. 그 일은 며칠 전 늦은 오후에 발생. 저녁 사먹고 가라며 지갑을 열었다. 집에서 기다린다는 답이 돌아왔다. 절약 되네 하며 도로 넣었단다. 헤어져 몇 발자국 뗐을 때였다. 왜 그랬냐는 소리가 들렸다.

▲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가슴 깊은 곳 속삭임. 이왕 꺼낸 돈. 손에 쥐어 주며 보냈어야 좋았다. 내심의 목소리는 야박하다 했다. 몇 만원으로 축날 처지도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할 리 없었다. 대신 과일을 사가라던가 차비라도 하라며 전했을 터였다. 유독 그 젊은이에게만 평소 안하던 행동을 했다. 잊을 만하면 떠올라 허둥거렸다.

드디어 해답 발견. 원인은 그의 부친에 대한 선입견. 악평을 자주 들었다. 접촉 회피. 이 관념이 굳어져 자손에게까지 전이시키고 말았다 한다. 그럴 즈음 이교수의 메일 도착. 자기 마음을 너무 빨리 주십니다. 믿는 상대와 믿지 못하는 자를 확실하게 구별해서 대하십니다. 그래서 미움도 받곤 하는 바보이십니다. 그렇지만 저는 다릅니다.

상대방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잘 안합니다. 자존심 상하게 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직언을 해서 기피도 당합니다. 그래도 그를 외면하지는 않습니다. 참 행복한 양반. 과연 다르다. 하지만 무턱대고 타인을 혐오하지는 않는다. 할 일 하지 않는 자를 싫어할 따름이다. 해보지도 않고 불평부터 해대는 행태를 멀리한다.

무엇이 원칙인가를 확실히 한다. 정의에 부합되는가. 내 손을 깨끗하게 만드는가. 우리 모두를 안심세상 행복세계로 이끄는 행위인가. 이 관점에서 관계를 맺어 나간다. 부합되면 움직인다. 그렇지 않으면 고친다. 편히 있으려 하는 인간본성에 어긋난다. 저항하는 무리 발생. 제 발로 걸어 나가게 방치. 그래서 호오(好惡)의 선택이 확실하다고들 한다. 나만을 이롭게 하는 짓거리는 더 더욱 싫어한다.

내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주위에 이익이 되어야 나선다. 더불어서 함께 나누어 보태기에 도움이 되면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인가 퍼준다는 소리도 듣는다. 하지만 어쩌랴. 마음 편한 걸 어찌하랴. 혼자만 그런게 아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이리도 좋은 분 천지다. 내 몫 줄여 나누려 애 쓴다. 이게 좋은 세상 아닌가. 누군들 남에게 상처주길 좋아하겠는가. 짧은 한 평생 살아나감에 아옹다옹 하려 하겠는가.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게 너와 나 공통의 염원이다. 그런 지인들과 함께 해 온 일상. 종준 아우는 얼마나 해맑은가. 광현 군은 어쩜 그리도 겸손한가.

용찬 군은 어이해 늘 수줍어하는가. 종수씨는 왜 언제나 사유가 순수한가. 세상이 하수상하고 뒤숭숭해서 그런가. 종종 엇길로 나가는 사람도 있다. 밥벌이에 힘겨워 작은 죄 짓는다. 이미 다 찬 욕심 더 채우기도 한다. 가는 곳은 높은 저 담장 안이다. 그런 부류는 소수다. 거리가 시끄러워도 우리는 일꾼으로서 우리의 일에 매진한다. 내 맡은 일 해내느라 열심인 한국인. 부하와 동료와 상사의 힘이 되고도 남는다. 또한 형제고 자매다. 어머니고 아버지다.

남편과 자식 위해 덜 자고 덜 먹는 엄마다. 풍파와 하루전쟁을 치루고 내 왕국으로 향하는 아빠다. 고단해도 어둠을 등에 지고 귀가한다. 바로 귀하가 그렇다. 완전무결은 불가능. 온전하게 처신한다. 나라의 기둥. 일터의 인재. 가정의 보배다. 사랑하며 꿈꾸며 산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눈물 숨기는 생활인이다. 귀하는 오늘 출근길에 뭘 보셨는가. 코스모스. 키는 내 허리에 이른다. 꽃잎은 몇 개? 지금 밖으로 발길 옮기시라. 몸 굽혀 세워 보자. 하나에서 일곱까지. 러키세븐 해피 플라워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5.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