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오]재외동포의 호칭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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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오]재외동포의 호칭에 대하여

[목요세평]전용오 배재대 인문대학장

  • 승인 2009-09-09 20:05
  • 신문게재 2009-09-10 20면
  • 전용오 배재대 인문대학장전용오 배재대 인문대학장
해외에 거주하는 같은 민족을 일컫는 말로 교포와 동포가 있는데 필자가 어렸을 때에는 주로 교포라고 불렀었다. 그리고 그 때 교포의 이미지는 본래는 같은 민족이지만 지금은 외국인이 된 사람들이라는 정도였었다. 교포(僑胞)란 글자 그대로 외국에 나가 사는 동포란 뜻이기에 먼저 외국을 연상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으리라. 그러던 중 요즘엔 교포대신에 동포라는 말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그 느낌도 바뀌게 되었다.

▲ 전용오 배재대 인문대학장
▲ 전용오 배재대 인문대학장
동포(同胞)에는 같은 민족, 나아가서는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라는 의미가 있어 외국에 살고는 있지만 피가 같은 사람들이란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정감어린 동포라는 호칭이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교포보다 좋지 않나 여겨진다. 동포라는 호칭은 해외동포들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령 ‘재외동포법’에서도 법률 용어로 사용됨으로써 이제는 대세로 굳어진 명칭이 되었다.

그런데 해외에 거주하는 우리 민족을 통칭할 때는 ‘재외동포’라는 단일한 호칭을 사용하면서도 각 나라별 동포를 지칭할 때는 원칙 없이 제각각 달리 부르고 있으니 이에 대한 통일도 시급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원칙이 없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동포들을 지칭할 때 현지에서 쓰는 호칭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조선족이란 호칭이다. 조선족은 다민족국가인 중국에서 한족, 몽고족, 장족, 묘족과 같이 민족 간 구별을 위해 사용하는 내부적 호칭으로 우리민족을 가리키는 조선민족이란 뜻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그들을 남처럼 조선족이라 부른다면 우리는 마치 조선민족(한민족)이 아닌 것처럼 되는 모순을 범하게 된다. 게다가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북한동포니 재일동포니 재미동포니 하고 혈연적 호칭을 쓰는 것과도 맞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을 조선족 또는 조선족동포라 해서는 안 되고 중국동포라고 불러야만 된다.

 같은 예로 러시아를 비롯한 구소련지역에 사는 동포들을 고려인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것도 잘못이다. 그리고 미주지역에 사는 동포들을 한인이라고도 하지만 또한 마찬가지이다. 고려인이건 한인이건 조선족이건 특정한 한 지역에서 쓰는 호칭을 본국에 사는 우리들이 그대로 불러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별 특수성을 넘어 하나의 원칙하에 그들을 호칭할 가장 좋은 방안은 무엇일까. 그것은 동포 앞에 그 나라 이름을 붙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에 본국과 교류할 수 있는 나라들이 미국과 일본밖에 없었기에 재미동포 또는 재일동포라 부르면 그걸로 그만이었지만, 지금은 중국과 러시아 동포들도 있고 전 세계에 우리 동포들이 가 있지 않은 나라가 없을 정도가 되었으므로 이 같은 방식은 적절치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설령 재중 · 재러 동포까지는 할 수 있다 해도 캐나다에 살면 재캐동포요, 멕시코라면 재멕동포요, 또 브라질이라면 재브동포 라 해야 할 것이니 어감도 이상하고 뜻도 명확치 않게 됨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나라 이름 뒤에 동포를 붙여 캐나다동포, 멕시코동포, 브라질동포 식으로 하는 것이 일관성 있고 의미도 분명한 호칭법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미 익숙해 있는 재일동포를 일본동포로, 재미동포를 미국동포로 하면 처음에는 좀 어색하겠지만 호칭의 통일성을 위해서는 감내해야 하고 그것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인간의 의식은 언어의 지배를 받는다고 한다. 그간 호칭의 다름이 미묘한 의식의 차이를 가져왔다면, 이제는 재외동포에 대한 호칭도 통일하여 그들을 차별 없는 눈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그들에게는 우리가 사는 이곳이 언젠가는 돌아가고 싶은 따뜻한 모국이 될 수 있어야만 한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문득 상해공항을 통해 중국에 입국하다가 느꼈던 한 기억이 떠올랐다. 입국수속을 위한 열은 크게 중국인(내국인)과 외국인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외국인 줄은 끝이 안보일 정도였는데 비해 중국인들은 창구가 많아 쉽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부럽게 바라보고 있던 중 우연히 중국인 쪽 창구에 걸려 있는 안내판 속의 한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중국인이란 표지 옆 괄호 안에 씌어 있는 ‘대만동포’라는 글귀였다. 대만동포는 외국인이 아니니 내국인 줄에 서라는 표시였다. 그 때 어깨를 으쓱이며 주인이나 되는 듯이 떠들며 들어가던 그들의 얼굴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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