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도쿄... 어딘가 또다른 세계가 있을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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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도쿄... 어딘가 또다른 세계가 있을지 몰라

■1Q84

  • 승인 2009-09-08 19:15
  • 신문게재 2009-09-09 12면
  • 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시작하여 『노르웨이의 숲』으로 마무리되는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의 집대성! 『해변의 카프카』 이후 7년 만에, 『어둠의 저편』 이후 5년 만에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로, 일본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출간되기 전 예약 판매 첫날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으며, 출간 3개월 만에 2009년 일본 전체 서적 판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소설 속 주인공인 아오마메가 택시 안에서 듣는 곡인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는 발매 후 9년 동안 2천 장이 팔렸는데, 『1Q84』가 출간된 뒤 일주일 만에 주문이 9천 장까지 쇄도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러시아 작가 체호프의 여행기 『사할린 섬』은 1950년대에 출간된 이후 절판되었다가, 갑자기 주문이 밀려드는 바람에 1950년대에 출간된 판본을 수정하지 않고 바로 중쇄를 찍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소설 제목 ‘1Q84’는 여주인공 아모마메가 자신이 발 디딘 1984년의 현실이 문득 자신이 살아왔던 세계와 미묘한 차이가 난다고 각성하고 그 세계를 의문 가득한 ‘새로운 세계’라는 의미에서 ‘Question’으로 명명한 데서 나왔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옴 진리교의 지하철 독가스 살포 사건, 한신 대지진 등을 잇따라 겪은 일본인들이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라는 현실과의 괴리감을 경험했으며 자신의 소설은 그런 질문을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1Q84』의 모티브가 되는 소설『1984』는 오웰이 1949년 발표한 근미래 소설이다.

 오웰은 일찍이 스탈린주의의 본질을 간파하고, 현대 정치에 내포된 전체주의의 위험성을 알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재의 화신으로 그려지는 ‘빅 브라더’는 ‘스탈린’, 그에 대항하는 지하 조직의 실체 없는 리더인 ‘골드스타인’은 ‘트로츠키’에 비교되며 전체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힌다.

 세상 어딘가에 현실과 똑같은 질감을 지닌 다른 세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오래도록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해 왔다. 동굴에 들어갔더니 그 끝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 흔한 전통설화에서부터 영화 〈매트릭스〉가 선보인 첨단 테크놀로지를 응용한 새로운 세계에 이르기까지 그 변용은 다양하다.

작품의 무대는 1984년의 도쿄이다.
 매력적인 여성 호신술 강사이자 살인청부업자인 아오마메(靑豆)는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를 살해하기 위해 그가 머무는 호텔로 가는 길이다. 고가도로가 꽉 막혀 초조해하는 그녀에게 택시기사가 지상으로 통하는 비상계단을 알려준다. 그런데 지상에 내려온 그녀는 아침에 집을 나올 때 봤던 경찰의 제복과 고가차도 비상계단을 통과한 뒤에 본 경찰복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의아해한다.

경찰의 권총도 바뀐 것을 알아챈다. 이전 신문을 뒤져본 아오마메는 2년여 전 경찰과 무장세력 간에 큰 총격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은 오늘 아침까지도 자신이 알고 있던 일본과는 다른, 또 하나의 일본에 관한 뉴스다. 아오마메는 깨닫는다. ‘그렇다면 바로 그 조금 전 세계의 포인트 전환이 일어났다는 얘기다.(…) 1Q84년. 이 새로운 세계를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 Q는 question mark(의문부호)의 Q다.
 
 일본어에서 ’1984‘와 ’1Q84‘는 ’이치 큐 하치 욘‘으로 발음이 거의 같다. 작가는 두 개의 연도를 병치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전체 48장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의 홀수 장(章)은 킬러 아오마메의 이야기이고, 짝수 장은 수학강사이자 소설가 지망생인 덴고(天吾)의 이야기다.

 남자 주인공 덴고는 일주일에 사흘은 입시학원에서 수학을 강의하고 나머지 시간에 장편소설을 쓰는 소설가 지망의 수학강사. 연인인 열 살 연상의 유부녀와 일주일에 한 번씩 밀회하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랜다.

 24개 장으로 나뉘어진 소설은 장조와 단조가 반복되는 수학적 아름다움을 갖춘 바하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형식을 차용, 두 남녀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전개된다. 하루키가 전작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썼던 이야기 방식이기도 하다.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아직 만나지 못하고 있는 남녀가 운명적인 해후를 향해 달려가는 소설적인 긴장감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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