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철]국민의 힘으로 종식시킨 일본의 20세기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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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국민의 힘으로 종식시킨 일본의 20세기 유산

[시사에세이]박영철 대전예고 이사장

  • 승인 2009-09-07 13:52
  • 신문게재 2009-09-08 20면
  • 박영철 대전예고 이사장박영철 대전예고 이사장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거혁명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패전도 냉전도 경제성장도 바꾸지 못한 공포스러운 파시즘의 유산을 바꿀 힘을 일본 국민은 선거를 통하여 국가에 부여하였다. 메이지 유신으로 탈아입구(脫亞入歐)를 기치로 내건지 어언 150여년. 이 기간 일본은 아시아 최초의 근대국가를 이룩하였으며, 아시아 유일의 열강 반열에 올랐다.

▲ 박영철 대전예고 이사장
▲ 박영철 대전예고 이사장
허나 이 후 집권 군사정부는 일본과 일국민을 파시스트 체제로 몰아갔고, 이 과정 속에서 일 국민 자신들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 나아가 세계인의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고 패망하였다. 패망 후 일본을 이끌어간 미 군정은 파시즘의 잔재를 일본에서 몰아내지 못하였으며 그 유산은 현대 일본에 그대로 유지 되어왔다.

미군정기를 거쳐 혼미한 일본의 정국은 자민당과 사회당의 양당체제로 성립된 이른바 55년체제를 이루게 되고 이는 향 후 54년간의 일당 집권의 시작되었다. 자민당의 일당 집권체제는 안정된 국내 정치를 바탕으로 하여 국제적으로 냉전의 과실을 야금야금 취하며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본은 정치, 관료, 경제집단의 독과점적 지배집단을 형성하였다. 일본의 관료사회는 사무차관(우리의 차관에 해당)에 의해 유지되며, 사무차관의 임명권은 당연히 집권 자민당의 몫이었다. 사무차관은 퇴임 후 대게 미쯔이, 미쯔비시 같은 대기업의 고위임원으로 추대되는 구조이다: 장관은 자민당 출신 정치인. 이렇듯 정치, 관료, 기업이 상생하는 사회구조는 일정부분 성장기 일본에는 일정한 이득을 안겨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고도의 경제성장이라는 일시적 환영현상으로 말미암아 국제사회에서,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정신적 미숙아의 위치이상의 대접을 받지 못하여 왔다. 마치 어느날 로또에 당첨된 졸부의 위상 정도였을 뿐이다. 일본 국민 개개인의 능력과 성실성, 그들의 도덕성은 세계 어느 선진국 국민보다도 월등한 선진국민이, 그들의 잘못된 지도자들로 인하여 그들은 정당하게 대접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는 21세기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80년대 일본에게는 세계의 리딩국가로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발목을 잡는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일본 국민은 가장 일본다운 방법으로, 혁명적 변화라는 강력한 메세지를 위정자들에게 보냈다. 이 신호는 각종 후원회 및 이익집단에 의해 결정되어져 왔던 선거제도를 비롯한 독과점적 정치구조를 타파할 수 있는 정치로의 전환, 사무차관의 폐지와 국가전략위원회; 국가전략국을 통한 국민 위에 군림하는 관료주의의 타파; 대기업 중심의 소품종 다량생산체제를 지향하고 있는 일본의 경제체제를 21세기에 맞는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를 갖춘 시스템으로의 전환; 마지막으로 수동적 신민(臣民)에서 주체적 시민(市民)사회로의 전환이라는 4가지 과제를 부여하였다.

 국제사회 속의 일본 역시 변화를 요구한다. 주변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세계의 지도적 위치에 설 수 없음을 일본의 위정자들은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과거사 문제를 하루빨리 정리하고 미래를 향해 주변국과 같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일본은 태생적으로 아시아의 일원임을 분명 자각함으로서 세계에서 경제 공동체를 가지지 않은 유일한 지역이 동북아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체제가 다르고 패권국가로서의 욕심을 부리는 중국은 차치 하더라도 한국과 일본 중심으로 이러한 난제를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계는 지금 국가의 시대에서 국민의 시대로, 국민의 시대에서 개인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국경, 국가 등의 개념이 글로벌적 개념에서는 무력화 된지 오래임을 상기하여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검은 대통령에게서 불어닥친 ‘현실적 이상주의’ 는 21세기의 키워드다. 이것이 곧 국민의 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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