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선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 |
첨복단지 유치 실패 현실 활용론도 나온다. 심사는 문제가 있지만 되돌리기는 어려우니 성난 지역민의 분노를 내세워 다른 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을 호소하는 전술이 현실적이라는 셈법이다. 떨어진 다른 지역도 똑 같은 셈법인 탓에 호소력이 있을런지는 알 수 없다.
한편에선 불공정심사나 지역홀대론 같은 외부적 시각을 경계하는 내부성찰론도 있다. 자기부상열차나 로봇단지 유치전에서도 대전의 평가 순위가 높지 못했다는 것까지 환기하면서 첨복단지 평가에서도 높은 등급을 받지 못한 것을 외부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외부조건을 탓하면서 대전시의 무능에 대한 책임과 성찰을 회피하려는 음모가 있다는 의심까지 제기한다.
그런데 필자가 개운치 못한 이유는 다른데 있다. 첨복단지 유치를 둘러싼 뒷이야기들 모두는 국책사업의 공모경쟁 방식의 문제점을 간과하고 있고 나아가 외부 자원의 유치를 통한 지역발전론이 과연 맞는 것인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이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줄 세우기식 국책 사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따져 볼 때가 되었다. 기본적으로 공모방식은 해당 지역이 좀 더 유리한 입지 환경과 투자 효과의 극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러한 공모 과정 자체가 불합리하다. 국책사업이라는 것은 사업 수행의 주체인 정부가 투자 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조건을 형성하고 만들어가야 할 책임이 갖고 있는 경우에만 ‘국가의 정책 사업’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첨복단지의 입지 후보지의 교통인프라를 만들어가는 것을 지방자치단체가 혼자 힘으로 감당할 수 있는가 생각해보자.
결국 국책사업의 공모제는 지방에서 대응 투자를 얼마나 할 수 있는지를 써내라는 셈이다. 쉽게 말해서 국책사업에 대한 입찰경매제도인 셈이다. 당연히 재정 능력이 높은 지방자치단체, 정치적 영향력이 높은 지방자치단체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경매입찰제로된 공모제는 결국 지역균형발전의 측면에서도 빈익빈부익부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흔히들 정치적 결정이 몹시 나쁜 것으로 이야기하지만 경쟁을 통한 합리적 대안을 만든다면서 더 나쁜 대안을 강요하는 구조화된 정치적 결정 구조가 ‘국책 사업 공모제’ 속에는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지역 간 출혈 경쟁의 결과를 이미 겪었다면 국책사업 선정의 다른 대안을 만들어가기 위한 주체적 노력이 지방에서 먼저 일어나야하지 않을까 싶다. 국책사업 공모제가 입찰경매제로 된 것에 대한 비판과 대안의 모색이 우선되지 않는 첨복단지 유치전 뒷이야기는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나 싶다.
두 번째 첨복단지 유치전 뒷맛이 개운치 못한 것은 외부의 자원을 유치해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외생적 지역발전 전략에 대한 성찰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외부의 자원을 끌어들여 최첨단과 거대한 무엇을 만들면 지역이 발전한다는 외부 의존적 패러더임만으로 지역발전이 성공할 수 있을 가라는 회의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외부 자원에 대해서는 각종 지원과 특혜를 베풀지만 지역 연고 산업과 정주민을 위한 지원은 인색한 것이 지역발전인지에 대한 성찰이 없다. 이런 접근으로는 외부 자원의 유치를 위한 동원과 유치 실패로 인한 좌절의 반복 속에서 지역발전은 공염불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필자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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