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대전시 무형문화재 제13호 목상동 들말두레소리 시연회가 열린 목상초 운동장은 70여명의 농군들이 모를 심고 논을 매면서 주거니 받거니 부르는 농요소리로 들썩였다.
`들말'은 넓은 들이 있어 먼벌 또는 문평(文坪)이라고 부른 지금의 문평동(文坪洞)으로 갑천과 금강의 합류지점에 자리한 평야지대의 옥토임에도 불구하고 지형적 여건으로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해 피해를 입었지만 주민들의 화합과 끈질긴 생존의식으로 위기를 이겨낸 지역이다.
생업이 농사였던 이곳 주민들은 예부터 들말두레를 조직하고 노동요를 지어 불렀는데 토박이들을 중심으로 이 소리가 지금까지 들말두레소리로 전승되고 있다.
들말에서 4대째 살고 있는 두레소리 예능보유자 고석근(81)씨는 “열일곱 살부터 농사일을 하며 소리를 배웠는데 많을 때 120명까지 되던 주민들이 서로 도와가며 노래 부르면서 농사일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작고한 형 고동근 씨의 뒤를 이어 들말두레소리의 맥을 잇고 있는 고 씨도 여든 한 살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힘이 넘치고 독특한 노랫말로 듣는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도, 때론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토산 다지는 소리로 시작되는 들말두레소리는 선조들이 쌓은 토산을 개보수한 뒤 이곳에서 제를 올리며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데 `어기야 헤 헤~이~여 허로 상응사~나 디야헤~(모심는 소리)'를 부르며 모를 심고 아시매기와 이듬매기 소리를 하며 논매기를 한다. 또 이웃 남해마을과 두레싸움을 벌여 이기는 마을에 그해 풍년이 든다고 보는데 두레싸움 후에는 두 마을이 하나가 되는 합두레를 만들면서 마을간 화합을 이끌어 낸다.
지난 1996년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참가해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는 들말두레소리는 전수자 문병주 씨와 목상동 주민들을 중심으로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오는 13일 서울 국립국악원에서 열리는 제50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 대전 대표로 참가한다. /임연희 기자 lyh3056@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