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MBC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셨던 한비야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과연 이게 상상이나 할 수 있는 말일까? 3초라는 시간이 결코 긴 시간이 아닌데. 그럼 하루에 꺼지는 생명의 불은 도대체 얼마나 된다는 것인가.
▲ 김다빈 대전 지족중 |
충남 아산 탕정중학교에서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캠프는 낯 설은 서로의 얼굴과 이름을 익히고, 배정받은 조의 구호와 조가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처음 보는 내게 살갑게 대해주시던 웃는 얼굴의 조장 언니들과, 낯설었지만 하루 동안 캠프를 함께 할 조원들을 보니 위축되어있던 마음이 조금씩 풀리는 듯했다.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지나자, 본격적으로 세계 각국의 기아와 난민들의 고통스런 삶을 보게 되었다. 월드비전 홍보대사 박나림 아나운서께서 전해준 그곳의 삶. 매일 엄마의 빈 젖을 빨며 우는 아기, 지치고 힘들어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앉아 있는 부모들... 갑자기 그들을 고통의 그늘로 몰아버린 ‘가난’이란 두 글자는 그들에게 너무나도 큰 짐을 지게하고 있었다.
식량 뿐 아니라 물이 부족해 고통 받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았다. 그곳의 사람들은 도대체 저런 물을 어떻게 먹고 살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뿌옇게 흐려진 흙탕물을 길어 마시고 있었다. 그런 물이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살기 위해선 흙탕물이라도 마셔야 한다며 아이들은 매일 왕복 4시간이 걸리는 거리로 물을 길어 오느라 학교에도 가지 못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설사병조차 깨끗한 물이 없어 탈수 증세를 견디지 못해 죽고, 눈이 멀어버리는 트라코마와 살갗을 뚫고 나온다는 기니아 충이 몸에 번식하는 일들은 빈번하다고 했다. 모두 안전한 물이 없어서 생기는 일들이었다. 충격적인 이야기였고, 또 너무나 안타까웠다.
이튿날에는 물에 관련된 프로그램과, 물과 관련한 강의를 듣고 조별활동도 했다. 24시간 고지를 몇 시간 남겨두고 오후 1시부터 영양 죽을 배식 받았다. 체험을 하는 우리는 걸쭉한 죽을 받았지만, 실제로 아프리카의 기아들은 배를 채우기 위해서 그것조차도 물을 많이 타서 묽게 마신다고 했다. 이 죽을 먹고 나면 또다시 한참을 더 굶어야 한다는 아프리카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지 진심으로 느껴졌다. 하루를 굶어도 힘들었던 나인데, 먹지 못해 뼈가 훤히 드러나는 앙상한 몸을 하고도 1년에 200일도 채 안 되는 날들만 죽을 먹을 수 있다는 그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캠프가 끝나자 홀가분한 마음도 들었지만 캠프 내내 보고 들었던 곳곳의 아이들이 떠올라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캠프 내내 꼭 내가 직접 찾아가 그들에게 희망을 전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꼭 내 손으로 그들에게 묽지 않은 걸쭉한, 그리고 따뜻한 영양죽을 주고 싶었다. 초반에는 걱정도 했지만 이루고 나니 마치 운동 후 시원한 바람을 맞는 듯 개운하고 가뿐한 느낌이다. 24시간이란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함께 했던 모든 분들께 너무나 감사했고, 뿌듯하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