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라면 새벽같이 일어나 해야 하는 식사준비, 아이들 등교와 남편 출근 뒷바라지, 집안청소 등으로 언제쯤 이런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바람도 있을 것이다.
▲ 윤율로 연합피부비뇨기과 원장 |
서울 춘천 간 고속도로개통을 앞두고 장마 빗속을 순찰하다 사고를 당했다.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진 차 안에서 아내와의 마지막 통화였다. 좋지 않은 통화상태 때문에 간신히 전한 한마디. “내가 먼저 갈 것 같아 미안하오, 아이들을 잘 부탁해요.”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병원에 도착해 안타깝게도 생명을 구할 수는 없었다. 구급차에 실려 가면서 지난날들의 많은 일이 주마등처럼 스쳤겠지만, 아내와의 잔잔한 대화, 아이들과 단란했던 평범한 시간이 다시 누릴 수 없을지 모르는 영원한 세계로 흘러가버리는 안타까움 속에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강한 척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빠질 가능성을 항상 가지고 있다.
천 년 만년 살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으로 용감하게 살아가지만, 여성 산악인 고미영 대원이나 얼마 전 풀려난 두 미국 여기자의 사건에서와같이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다. 다행히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본인들은 앞으로의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일상의 평범함이, 평범함이 아닌지를 깨닫고 살아갈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예전과 같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질환이나 사고로 앞날이 불투명하거나 절망적이기도 하다.
할리우드의 멋진 배우 ‘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의 이야기는 잘 알려졌다.
승마를 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목 이하 부위의 전신마비로 눈과 입 이외는 움직일 수 없는 불구의 몸이 됐다.
그러나 아내 데이 리브는 변함없는 사랑으로 그의 몸 일부가 돼줬다. CNN의 래리킹 쇼에 출연해서 나눈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쇼의 끝 부분에서 사회자는 크리스토퍼 리브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만일 당신의 마비상태가 풀려 정상이 된다면, 가장 먼저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리브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렇다면, 나는 일어서서 우선 저 문을 열고 나갈 것입니다.”라고 해 듣는 이로 하여금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제는 영화 속에서만 슈퍼맨이 아니라 진정한 만인의 슈퍼맨이 되었던 것이다. 누구라도 거창한 답변을 기대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행복이나 기적은 거창한 데 있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평범함에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어느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우리의 생각 여부에 따라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다. 때론 무료한 일상도 어떤 이에게는 천국이 되기도 하고 지옥이 될 수 있기도 하다.
매일의 평범한 삶은 우리를 지탱해 주는 힘이며 기적을 이루는 근원이다. 매일의 생활이 무료하다면 극한 상황 속의 자신을 생각해보라!
아니면 어려운 상황에 들어가 보는 체험도 괜찮을 듯싶다. 나도 직업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은 때가 종종 있다. 힘들 때면 아내와 함께 스파게티나 커피전문점을 하면 어떨까 하곤 한다.
그것도 나름대로 스트레스가 있겠지만, 단지 현재의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누구든지 살아가는 동안 어떤 문제라도 문제를 가지고 산다. 이러한 문제에서 벗어나고 싶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으며 또는 해결될 수 없다는 절망감으로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싶은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이 삶이 아닐까.
지금은 그러할지 몰라도 문제와 함께 씨름하면서 살아가노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없는 것 같다. 단지 문제 앞에서 어떠한 태도와 어떠한 해결방식을 갖느냐 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행복한 아침, 살아있어 먹을 수 있는 또 다른 아침식사,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즐거운 출근, 우리 가족을 지탱해주는 나의 소중한 일들, 기다려지는 퇴근, 저녁식사 후 아내와의 차 한 잔, 그리고 달콤한 취침. 얼마나 귀중한 평범한 일상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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