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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가린 이슬람권 여성들을 볼 때마다 `강요된 기호행위'라는 용어를 만들어 붙이고 싶다. 남편, 아버지, 시아버지, 아들, 남편의 형제, 여자 종, 성적 욕망이 없는 남자 종, 여인의 정을 모르는 어린아이 이외의 사람들 앞에서 신체를 드러내지 말라는 코란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다.
가리는 양상은 같은 듯 다르다. 머리만 가리는 히바브, 전신을 가리고 눈 주위는 망사로 덮는 부르카, 머리를 싸고 눈 주위만 가리는 니카브, 전신을 가리고 얼굴은 드러낸 차도르, 머리와 상반신을 가리는 키마르 등등. 또 곳에 따라 히잡, 아바야, 부이부이처럼 명칭도 많고 가림의 수위가 다르다. 아프가니스탄에 가면 통자루 같은 걸 온통 뒤집어쓰고 요르단, 레바논은 머리카락만 가린다.
필자 주관의 비교 분석으로는 차도르가 옛날 우리 쓰개치마를 연상시킨다. 얼굴과 머리를 둘러 어깨까지 늘어뜨린 너울(나올·羅兀)은 키마르 쯤 된다. 너울에 말군(저고리 위에 덮어 매는 덮치마)을 이으면 장옷이다. 장옷은 눈가리개만 뺀 부르카에 가깝다. 짧은 머리쓰개 `천의'는 히바브의 변형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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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 않은 기호행위도 있다. 신종플루 예방용으로 쓰는 마스크 착용이 그러하리라 본다. 국제공예비엔날레를 앞둔 청주에서는 마스크를 100만개나 사서 관람객들에게 나눠줄 것이라 한다. 예산 옛이야기 축제, 태안 국제철인3종경기의 전격 취소, 서천 전어축제 연기는 마스크 값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다. 행사 기획자들은 이래저래 골머리 앓기 일쑤다.
여기에 걱정총량의 법칙이란 게 적용된다. 평생 할 걱정의 양이 한정돼 있다는 것. 무인도 표류자의 걱정은 어떻게 살아서 나갈지에 100% 집중된다. 어찌어찌 무인도를 빠져나왔다. 분산된 걱정거리가 줄 서 기다린다. 아내가 달아나고 `민증'이 말소됐을지도 모른다. 걱정총량은 다시 100%다.
신종플루 걱정도 플러스-마이너스로 제로섬이 되어 여타의 걱정이 줄어들 수는 있겠다. 하지만 과거는 벌써 지났고 미래는 아직 안 왔다고 낙관할 처지가 아니다. 10월, 11월 대유행설이 `설(說)'로 스러지길 바라지만 사실상 `유행 단계'에 진입했다면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마스크나 복면을 안 쓰면 비정상으로 보이는 상황은 절대 오지 않아야 할 텐데, 걱정이 확 쏠린다./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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